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룰루랄라맘 Dec 18. 2020

시한부 육아, 팔랑귀 엄마는 OO이 필요해

휘둘리지 말자

육아휴직 1년 연장 결정!


아이들이 태어난 지 돌이 지나자마자 나는 회사에 또다시 육아 휴직계를 냈다. 쌍둥이 자녀를 둔 경우 한 명당 1년씩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을 직접 키워보니 돌이 지났어도 너무나 어린 아기들이었다. 돌이 지난 아이들은 사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거이거”, “저거저거”하며 엄마만 알아들을 수 있는 옹알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뿐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이의 욕구를 바로 알아채기엔 부족한 상태였다. 갓 돌 지난 아이는 밥을 먹을 때도 스스로 밥을 먹기보단 장난을 치는 수준이었다. 한 수저라도 더 먹이려고 엄마인 나는 노래도 불러주고, 딸랑이도 흔들어주고, 책도 보여주며 밥을 먹였다. 아들이 2.95kg, 딸이 2.45kg로 쌍둥이치곤 토실한 몸무게로 태어났지만, 단태아보다는 작게 태어난 것이 맘에 걸려 엄마인 나는 가진 아양을 떨며 한 술이라도 더 먹이려 하던 때였다. 아이들에게 밥 한술 더 먹이려고 이런 노력을 누가 엄마대신 할까 싶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나와 같이 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최대한 아이들이 밥 수저는 스스로 떠서 먹을 수 있을 때, 싫다는 의사표현은 확실히 할 수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2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한 케이스는 사내에 없었음에도 내가 1년 더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미련 없이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육아휴직을 1년 더 내니 복직시기가 딱 정해졌다. 더 이상 회사로 돌아갈 날짜를 미룰 수 없는 딱 정해진 그 날에 복직을 해야만 하는 '시한부 육아'가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일 년 동안의 육아휴직기간 동안 어린이집 적응도 시켜야 했고,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만의 육아관 정립 해야 했다.


팔랑귀인 데다 행동이 빠른 나는 누가 얘기하면 혹해서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친정 아버지의 ‘아이들을 너무 집에서만 끼고 있는 것 아니냐. 누구네는 문화센터에 데리고 다니더라'는 말씀에 바로 문화센터에 등록해 태어난 지 6개월밖에 안된 아이들을 데리고 교육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40분밖에 되지 않는 문화센터 교육을 받겠다고 외출 준비와 이동시간으로 3시간 이상 소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하며 보내는 것이 내 체력적으로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육아관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복직하게 되면 육아 선배맘으로부터 듣게 되는 모든 것들에 휘둘릴 것이 뻔했다. 또한 그뿐이랴. 아이들 케어해주실 베이비 이모님께서 한마디 하면 이리 휘청, 가족 중 누가 한마디 하면 저리 휘청 할 것이 분명했다.   


복직을 앞둔 해인 3월, 아이들이 18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18개월도 아직은 아장아장 걷는, 걷는 것도 불안한, 뛰는 것은 더 불안한 아기들이었다. 다행히 육아휴직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집 적응기간을 같이 보낼 수 있었다. 등원 첫 주는 1시간씩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다 오는 것이었다. 엄마와 함께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낯선 곳이었지만 주변 탐색 활동을 활발히 했다. 그래도 가끔씩 아이들은 엄마가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다른 아이들과 어떻게 놀고 있나 지켜보니 아이들끼리 같이 논다기 보단 각자 흥미 있는 곳에 가서 만져 보는 탐색 활동을 하는 수준이었다.


일주일간 엄마와 함께하는 적응시간을 끝내고 2주 차부터는 아이만 2시간씩 어린이집에서 생활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만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설 땐 아이가 방긋방긋 웃어주며 손 흔들어주면 다행이었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고 울기라도 하는 날엔 ‘내가 회사를 다니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부터 ‘좀 부족하게 살면 안 되나’, ‘아이와 같이 있어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게 된다.


특히 아이와 떨어지기 힘든 날엔 여지없이 머릿속엔 주판이 자동으로 튕겨지게 된다.

월급이 200 이하면 차라리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낫다는 말도 생각난다.


‘내 월급이 200 넘어서 복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는 걸까?’

‘정말 돈 때문인가?’

‘좀 부족하게 살면 안 되나?’

‘내가 정말 그 회사에 복직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

.


그 당시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 하며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내가 그 자리에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 그때는 지금과 같은 급여와 복지를 가진 회사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불안감과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는 마음에 우선 복직을 하고 보자는 결론이었다.  


아직은 사회생활도 육아도 잘하고 싶은 '젊은 엄마'는 복직을 선택했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 주길 바라며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어린이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낮잠도 자본 적 없다. 이미 회사로 돌아갈 날짜가 정해진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 아이와 나한테 맞는 육아관을 정립하기 위해 온갖 육아서, 육아와 관련된 사이트, 선배맘들의 블로그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복직을 앞둔 나는 나와 내 아이에게 적용해 볼만한 육아관을 찾게 되었다.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육아관은 다음 편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타협은 없어! 창피함은 엄마 몫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