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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Dec 27. 2020

내가 찾은 3가지 육아방법

꾸준히 해줄 수 있는 것만 골라내자


‘회사 다니는 나도 할 수 있을까?

앞글에서도 말했듯이 육아휴직을 1년 연장한 후 회사로 돌아갈 날이 정해진 나는 1년 남은 육아휴직 기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온갖 육아서, 육아와 관련된 사이트, 육아 선배맘들의 블로그를 뒤져보며 회사 다니면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찾아보았다. 그중 내 눈길을 끈 것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쿵쾅쿵쾅 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지 더 찾아보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엄마들이 하고 있는 노력들을 알면 알수록 ‘회사 다니는 나도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책이 아이에게 주는 이로움을 알기에 회사 다니는 엄마라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내가 회사 다니면서 꾸준히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만 계속 추려보았다. 결론은 딱 3가지로 나왔다.     


첫째. 책을 매일 읽어주자.

둘째, 한글을 일찍 떼게 해주자.

셋째. 영어도 일찍 노출해주자.


3가지만 꾸준히 해준다면 워킹맘이라 엄마가 회사 다녀야 한다며 온갖 학습지에, 학원에 아이를 맡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 엄마가 잠시 집을 비운 상황에서도 책을 보며 심심해하지 않고 기다려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세 가지를 꾸준히 해주기 위해서는 독후활동 같은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은 모두 빼야 했다. 중간에 시도하다 포기하느니 아예 포기할 것 같은 것들은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매일 읽어주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책 읽는 습관을 키워주고 싶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자신의 인생을 맡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 타인에게 의지하기보다 책을 통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인생의 방향을 찾길 바랐다.


매일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를 목표로 잡고 매일 읽어주기 위해 목표량은 1권으로 정했다. 3살 아이가 볼 수 있는 책은 사물 인지책, 한두 줄짜리, 길어야 다섯 줄짜리 책이라 목표 1권은 거뜬히 넘길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책 읽어주기는 그나마 나한테는 쉬운 일이었다. 몸으로 놀아주기엔 내 체력이 너무 부족했다. 쌍둥이들 밥 준비해서 먹이고 나면 녹초가 되어 정작 내 밥은 제대로 차려 먹기도 어려웠다. 책은 그냥 앉아서 읽어주면 되었다. 읽어준 책 권수에 집착하지 않았다. 한 권이라도 읽어줬으면 오늘 할 일은 했다면서 스스로 만족해했다.


그리고 언제든 책을 읽어줄 수 있도록 아이와 내가 함께 있는 집안 곳곳엔 항상 책이 보이도록 놓아두었다. 특히나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위해 침대 옆 바구니 안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들을 항상 꽂아 두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우면 바로바로 빼서 읽어줄 수 있었다. 또한 아이들도 잠들기 전 침대 옆에 있는 책을 손쉽게 빼서 읽곤 했다.  


매일 1권만 읽어주기로 결심했어도 회사에 복직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매일 읽어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의가 많은 날은 집에 와서 바로 뻗어 자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래도 한권만 읽어주고 자자는 마음으로 매일 읽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야근으로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못 드는 날은 남편한테 한권만 읽어주고 자라고 요청했다.  


아이의 책 읽는 습관을 키워주기 위해 엄마들이 주의할 것은 엄마의 기분에 따라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날엔 신나서 몰아서 읽어주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책 읽어주기를 건너뛰는 것 말이다. 엄마 상태에 따라 읽어줬다 안 읽어줬다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매일’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하루 딱 1권 매일 읽어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아이에게 매일 책 읽어주기는 친척집에 가거나, 가족여행을 갈 때도 이어졌다. 집 밖을 나갈 때는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꼭 챙겨 갔다. 캐리어에 짐을 쌀 땐 옷보다 책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책뿐 아니라 그림 그릴 종이, 색연필, 가위 등도 함께 챙겨 나갔다.


지하철로 이동할 때도 가방에 항상 책을 챙겨 나갔다. 지하철 탐색이 끝난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것 같으면 책을 펼쳐 읽어주었다. 책을 몇 권 읽어주다 보면 도착지에 지루하지 않게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어딜 가든 책을 항상 챙겨 가니 남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어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글을 일찍 떼게 해주자.  

육아서를 읽으면서 돌 지난 아이에게도 한글을 노출해주는 것이 그 당시 제일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알고 있던 한글떼기는 일찍 할 필요 없고, 오히려 한글을 일찍 떼면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 또한 한글을 엄마가 떼준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회사 선배맘들에게 그동안 들었던 한글떼기는 빠르면 5살, 늦어도 6살엔 학습지 선생님을 불러 한글을 는 방식이었다. 그 당시 선배맘에게 5살 아이가 있었는데 한글을 떼기 위해 학습지 선생님을 불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5살에 학습지 선생님이라니 너무 이른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선배맘이 ‘아이 교육에 너무 극성인 엄마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돌 지난 아이에게 한글 노출이라니...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일이라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때 우리 아이들은 20개월이 지나고 있는 3살 된 아이들이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한글을 노출해줘도 되는 시기였던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한글카드를 슬쩍슬쩍 노출해줬다. 한글을 떼겠다는 마음보다는 한글이라는 것에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정말 슬렁슬렁 그냥 노출만 해줬다. 노출해준지 6개월 정도가 지나자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가 단어를 가리키 말하는 것을 보고 뭐가 되고 있긴 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동안 정말 아무런 부담 없이 생각날 때마다 한글카드를 가지고 한 번씩 읽어주곤 했었다. 이렇게 일찍 한글 노출을 시작하니 정말 조급함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단어 하나라도 아는 척하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나씩 한글을 알아간다면 5살이 되더라도 한글을 떼기 위해 학습지 선생님을 부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일찍이 엄마가 천천히 부담 없이 한글을 노출해주니 아이는 본인이 언제, 어떻게 한글을 알게 됐는지 인지도 못한 채 그냥 한글을 알아버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한글 익힌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정빈이, 채원이는 어떻게 한글을 그렇게 잘 알아?”하고 물었더니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지!"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영어도 일찍 노출해주자.

한글도 모르는 아이에게 외국어를 일찍 알려주면 부작용이 있다는 얘기는 지금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아이의 두뇌는 모국어와 외국어를 자동으로 분리 인식해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노출해도 문제가 없다는 말도 있다. 그 당시에도 외국어 노출 시기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어떤 쪽을 따를 것이냐는 온전히 엄마 몫이었다. 난 후자를 선택했다.


부작용은 아이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학습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닐까 싶어 우선 한글책 읽어주듯 영어책도 함께 읽어줬다. 아이가 커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길 바랬고, 우리말을 익히듯 영어도 귀가 자연스럽게 뚫려 학습이 아닌 습득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랬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유창한 영어를 하고 싶다거나 영어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필요성을 느낄 때 그때 학습으로 접근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 귀가 뚫리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책을 읽어주기 시작해서 그런지 다행히도 아이들은  영어책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아이가 잘 듣고 있을 땐 영어책만 읽어주고 잠든 적도 있었다. 또한 본인이 좋아하는 책이 영어책으로도 있다면 글밥 양이 많아도 읽어달라고 가져왔다. 속으론 이걸 읽어주면 알아듣기나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읽어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했던 방법이 영어 소리 노출이었다. 평소 DVD도 하루에 한두 시간씩은 보여줬고, 많이 틀어 놓는 날엔 3시간씩도 틀어놨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3시간 동안 꼼짝 안 하고 DVD만 보고 있것은 아니었다. 아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방, 저방 왔다 갔다 하며 놀았고, 서로 놀다 DVD 보다 책 보다 DVD를 보곤 했다. 어쩔 땐 아이들은 모두 방에서 놀고 있고 거실엔 DVD가 홀로 켜서 있는 경우도 많았다. 방에서도 거실에 홀로 켜져 있는 DVD 소리가 들리니 아이들은 흘려듣기를 하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TV를 끄지 않고 그냥 두었다. TV는 DVD 플레이용으로만 사용하니 아이들은 우리 집에 있는 TV는 한국말이 안 나오는 줄 알고 한동안 지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집에 있는 TV는 DVD 모니터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차로 이동할 때도 영어 노래 CD를 틀어주거나 영어책과 함께 딸려있던 CD를 틀어주었다. 최대한 일상에서 영어 소리를 많이 접해줄 수 있게 했다. 몇 년 동안 계속 차로 이동할 때면 영어 CD를 틀어주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아이 없이 운전할 땐 그렇게 차 안이 조용할 수가 없다. 차 안이 조용한 것 자체가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은 찾아보면 수없이 많다. 그 많은 방법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통해 유능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책만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독후활동도 함께 해주는 엄마들을 보면 그 에너지가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난 저렇게는 할 수없는데'하는 마음부터 들어 부담스럽기도 했다. 또한 영어의 경우 일상에서 아이에게 영어회화를 해주는 엄마들을 보면 내 영어실력의 미천함에 기가 죽었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수없이 많아도 엄마인 내가 꾸준히 해줄 수 없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몇 번 시도하다 그만두면 그게 더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애초부터 내가 꾸준히 해줄 수 있는 것만 골라냈다.


그것이 책 매일 읽어주기, 한글 일찍 떼주기, 영어 일찍 노출해주기 이렇게 3가지였다. 현재 자신이 놓인 상황, 시간, 에너지를 생각해서 내 아이에게 꾸준히 해줄 있는 최소한의 것부터 정해 실천해보자. 그리고 에너지가 좀 더 된다면 하나씩 더 시도해보자. 다양하게 많이 해주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나중에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그래야 짧지 않은 육아기간 버틸 수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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