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고등학교 음악시간 이후로 이런 단어들을 내 입에 올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이 40이 넘어서 내 입에 높은 음자리표, 4분 음표, 반박자 등을 올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이를 갖기 전 퇴근 후 피아노를 잠깐 배운 적이 있다. 우연히 마트에 갔다가 누군가의 매장에 전시되어 있던 피아노 연주 소리를 듣고 배우게 됐다. 부모님 두 분 다 내가 어렸을 때 음악 쪽으로는 접해볼 기회를 마련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는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는데 늦바람이 들었는지 성인이 되어 마트에서 들었던 피아노 연주 소리가 너무 좋아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졌다.
막상 피아노를 배워보니 마트에서 들었던 만큼의 피아노 연주는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오래 피아노를 칠지도 모른 상태에서 음악학원을 등록함과 동시에 피아노도 구매했다. 피아노를 사놓고도 재능이 없다는 핑계로 바일엘 상까지만 배우고 피아노 배우기를 그만뒀다. 나의 피아노 실력은 ‘나비야’를 양손으로 치는 정도로 마감되었다. 나비야를 배우기까지 레슨비와 피아노 구입비를 계산해 보니 2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남편에게 나비야를 쳐주며 ‘200만 원짜리 나비야 연주를 들은 거야~’라며 농담처럼 얘기도 했었다. 그 뒤로 아이가 태어났고, 피아노는 악기의 역할이 아닌 유아기 아이들의 흥을 맞춰주는 장난감 신세로 전략하고 말았다.
코로나로 아이들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집 한 켠에 놓여 있던 피아노에도 손이 가는 기회가 생겼다. 이젠 어엿한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나비야’를 연주해 주니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다. 엄마의 피아노 연주 실력보다는 엄마가 피아노를 친다는 것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다. 엄마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자기들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는 아이들에게 우선 피아노 손가락 위치와 계이름을 알려줬다. 그 이상의 음악이론은 내 입을 통해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 이상의 음악이론을 알고 있지도 않았다. 혹시나 처음으로 접하는 음악이론인데 잘못된 지식을 아이들 뇌리에 꽂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10년 전에 내가 배웠던 동요집에 있는 악보의 음표를 보고 이것은 뭐냐고 물어봤다. 음표를 처음 접해 본 아이들은 각 음표들의 모양새가 신기했는지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건 왜 이런 꼬리가 있냐?
왜 이건 하얗냐?
왜 꼬리가 없냐?
왜 꼬리가 아래로 그려졌냐?
높음 음자리표는 왜 여기 있냐?
왜 이름이 높음 음자리표냐?
8분 음표인데 왜 8박자가 아니고 반박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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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질문을 듣다 보니 나 또한 4분 음표인데 왜 1박자로 정했는지, 음표 이름과 박자는 헷갈리게 왜 다르게 이름이 지어졌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궁금증도 다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초등학교 입학 당시에는 2학년 되면 피아노 학원을 보내려고 했었다. 결국 2학년이 마무리되는 지금까지도 코로나로 인해 학원 근처도 못 가봤다. 선생님을 부를까 싶어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이 오실 시간에는 놀지 못하고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는 조건이 싫다고 했다. 노는 것은 포기 못하겠고, 피아노는 배우고 싶은 아이들은 엄마한테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하는지도 모르는 엄마에게 말이다.
며칠을 고민하다 피아노는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연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노는 시간을 확보해주고, 피아노를 연습할 수 있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가 집에서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피아노 연습 앱을 찾아 아이에게 보여줬다. 이거 보며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혹 한다. 결국 결제까지 해주고 스스로 앱을 보며 연습하라고 하니 혼자서도 제법 따라 한다. 하지만 아직 음표와 음계 보는 것이 익숙지 않은 아이는 조금만 리듬이 빨라지면 틀리는 부분이 많아지니 엄마를 찾는다. 나는 아이가 피아노를 연습하는 동안 아이 옆에서 박자도 맞춰주고, 계이름도 불러줘야 한다. 한번 옆에 앉아 피아노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있다보면 어쩔 때는 1시간도 훌쩍 지나간다. 쌍둥이라 두 명 모두 엄마가 같이 옆에 있어주길 원할 때는 1시간도 부족하다.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오카리나 수업을 온라인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오카리나 수업은 실시간 영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선생님께서 e학습터에서 미리 찍어 놓은 영상을 보며 배우는 방식이다. 오카리나를 처음 배우게 된 아이들은 오카리나 운지법(악기를 연주할 때 손가락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음표 등 기초 음악이론을 영상으로 접하게 된다. 초등 2학년인 아이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영상을 보며 제대로 오카리나를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는 옆에서 아이가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살펴보며, 때로는 흘러가고 있는 영상을 일시정지시키고 손가락 위치를 다시 잡아주거나 박자를 짚어주고 계이름도 불러줘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예체능 교육도 학교에서 가정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 같다. 비전공자인 엄마는 자녀의 학습 결손을 최대한 막기 위해 다방면으로 전문가가 되어야 할 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2.5단계가 일주일 연장되어 학교 등교 없이 겨울 방학을 맞이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2020년 한 해는 참으로 엄마의 마음을 많이도 다시 다잡게 만드는 한 해였다.
2021년에는 아이들과 함께 간다고 미리 맘 잡고 새해 계획에 아이들도 포함시켜 세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