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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Feb 17. 2020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JOBS <에디터> 편을 읽고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 귀엽다.



우선 이 책은 매거진 <B>가 처음으로 선보인 단행본이자 '직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매거진 <B>란 하나의 브랜드를 중점으로 다각화된 이야기를 전하는 단행본에 가까운 잡지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매거진 <B>에 대한 존재를 처음 알았다.) 브랜드가 뭐고 브랜딩을 한다는 건 무엇인지 한 번쯤 궁금해해 보셨다면 이 잡지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Montblanc, A.P.C. 와 같은 상품뿐만 아니라 블루보틀 커피숍과 같은 매장을 넘어 서울, 방콕과 같은 도시까지 브랜드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매거진의 대상이 된다. 

http://magazine-b.co.kr/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JOBS'라고 하여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별도의 단행본 시리즈이다. 그 첫 번째 편인 편집자(Editor)라는 직업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제부터 현직 에디터들이 정의한 에디터 잡에 대해서 또 그들이 생각하는 에디터의 필요 역량에 대해서 정리해보겠다.



"전 에디팅이 곧 크리에이티브와 같은 레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보통 창조한다, create라는 것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걸로 많이 생각하는데 진짜 크리에이티브는 에디팅이라는 행위를 통해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 관점에서는 에디터=크리에이터라고 볼 수도 있어요." - 조수용


"에디터는 콘텐츠의 '가이드'나 '양치기'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정보를 알리고(inform), 마음을 움직이고(inspire), 보는 사람을 즐겁게(entertain) 해야 합니다."

"호기심은 에디터의 필수 자질이에요. 호기심이 없으면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세상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아요. 눈을 뜨고 있지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 제러미 랭미드


"에디터십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대세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의견도 적절히 받아들일 수 있고... 동시에 언제나 비판적인 시선으로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을 바라보고 의심해야 합니다." - 사사키 노리히코


"얼마나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그때 깨달았어요. 그동안 '도움받으면 감사한 거다'라는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도움받지 못하면 죽는다'로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도움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거고, 도움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겠죠" -조퇴계


에디터는 누구보다 많이 웃고, 떠들고, 화내고, 울고, 먹고, 기뻐하고, 상처 받고, 상처를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했어요. "선과 악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사람은 매력적이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 세상의 수많은 정보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에디터는 매력적이어야만 합니다. - 니시다 젠타



이 책을 읽고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내가 소비하는 그 정보들은 모두 에디터라는 사람의 손길을 거쳐 나왔겠구나 싶었다. 사실 콘텐츠는 많은 양을 무작정 모으는 것보다 어떻게 배치할 건지 또 어디에 강조점을 두고 적절한 소스를 덧붙일 건지에 따라서 그 결이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에디터는 크리에이터가 맞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계속 발행되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직업인들을 인터뷰해 주었으면 좋겠다. 에디터가 되는 것이 내 꿈은 아니지만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업 가치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막연한 로망이 막상 그 직업을 가지고 보니 달라서 실망한 적이 있지 않은가? 또 밖에서 봤을 땐 완벽해 보였던 회사가 입사하고 보니 현실과 달라서 방황한 적은 없는가? 이 책은 현업자들의 입을 통해 현장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예비 직업인들이 가진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줄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추가)

아래는 매거진 <B>의 조수용 발행인과의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그의 발언들을  모아보았다.


1. 직업이야기인 '잡스'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브랜드가 어떤 사람이 만들어낸 상징적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그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은 실체에 가깝고, 우리가 그 사람을 조명하는 것은 본질로 한번 더 들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브랜드의 이면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의 일,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차원의 브랜드 이야기일 겁니다."

+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리의 직업은 우리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2. 내게 잘 맞는 직업을 어떻게 찾느냐?

"좋아하기 때문에 잘한다는 말도 일견 맞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하려고 애를 쓰는 것도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왜 나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지?'라고 하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물어봐요. "무엇을 좋아하려고 얼마나 노력해봤느냐고"요. 무엇을 좋아하는 건 제 발로 걸어오는 게 아니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더 많이 더 세심하게 보려고 애써야 생기는 겁니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다. 나는 정말 그랬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20대를 방황하는데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핥기 식 맛보기 끝에 결국 무엇 하나도 제대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있었다. 


3. 이 시대 직업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글쎄요. 소명의식 아닐까요. 무엇 때문에 내가 이것을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라고 하면, 보통은 돈을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니까라고 대답할 것 같은데요. 세상 속에서 내 역할은 이거다라고 존재의 의미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10년 뒤 내 존재의 의미를 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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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book/jobs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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