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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Oct 13. 2020

사랑에 대한 단상들 (1)

시작의 다른 이름, 두려움

1.

상대에게 주는 마음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을까?

너는 나한테 상처를 줬으니 이만큼만

너는 나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이 정도로만

우리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만남이니 딱 거기까지만

이렇게 마음의 크기를 움직일 수 있는 걸까?


2.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진짜 그렇게 되는 건지

그렇게 되고 있다고 믿는 건지

그렇게 가슴 한켠에 열지 않은 편지들을 던져놓고

언젠가 호기심에 다락방을 올라 옛 사진들을 펼쳐보듯

무심히 열어본 편지 때문에 무너져 내리는 건 아닐까?


3.

어떻게 현재를 충실히 사는가는

내게 주어진 일들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내는지도 중요하지만

순간순간 내가 느낀 감정들을 무시하지 않고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이 아닐까?


4.

다만 마음은 우리가 사는 시간 체계와는 다르게

다소 느리게 반응하기 때문에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 속 끊임없는 질문의 숲을 헤쳐 가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본모습을 들어내지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 가득한 탐구


5. 

사랑의 시작은 달콤하지 않다. 오히려 쓰다. 

나의 마음과 그의 마음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그저 수많은 물음만 남기고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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