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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Nov 23. 2020

장밋빛 인생을 위한 빵 한 조각

분홍 프랄린 브리오슈 Pink Praline Brioche

파리와 마르세유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큰 도시 리옹에 가면 베이커리마다 분홍분홍한 빵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장밋빛 색감에 한번 혹하고 한 입 베어 물면 온 신경을 자극하는 달콤함을 둘러싼 버터향에 한 번 더 놀랄 것이다. 브리오슈 Brioche는 달걀과 버터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종류의 빵으로, 사실 식감은 빵이라기보다 케이크와 과자, 빵 어느 경계 지점이라고 봐야 한다. 겉은 과자처럼 살짝 딱딱한데 갈라 보면 케이크 단면인 듯하고 먹어보면 묵직한 빵 같다.

 알알이 빛나는 핑크빛의 정체는 아몬드(혹은 헤이즐넛)를 장미 설탕으로 코팅한 것이다. 발렌시아 아몬드, 피에몬트 헤이즐넛, 즉 일대 최고의 견과류로 만드는 것이 본 레시피. 이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Auguste Pralus라는 페스츄리 셰프로, 1948년에 Roanne 지역에 디저트 집을 연 분이다. 7년 뒤 프라루스 셰프는 'The prestigious Meilleur Ouvrier de France', 축약해 'MOF'라고 불리는 프랑스 각계 장인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게 된다. (4년마다 프랑스에서 개최하며, 보석, 제빵, 제과, 도축 등 분야가 다양하다)



현재 그의 아들  Francois Pralus가 비즈니스를 이어받아 운영 중이고 파리, 리옹을 비롯해 지점을 확장 중이다.

무지개색 가로 줄무늬의 포장팩이 이 집을 상징한다.

리옹 거리를 걷고 있으면 이 집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핑크 브리오슈를 모르는 사람도 궁금하게 만드는 예쁜 포장임은 틀림없다.

왜 그는 장밋빛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딸기나 체리 같은 과일로 자연스러운 색을 낼 수도 있는데, 그는 자칫 반감이 들만큼 선명한 설탕 코팅을 택했다. 안 그래도 버터와 설탕 범벅인 브리오슈에 설탕 폭탄을 넣은 셈이다. 좋은 건 한 번 더, 좋은 건 더 많이, 이게 요즘에만 통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그가 로즈 코팅의 아몬드를 발명한 것은 아니다. 이는 더 오래전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18세기 어느 셰프가 정원의 장미를 보고 영감을 받아 창작한 것이란다. 근거가 분명히 남아있지는 않으나, 프랑스인들의 유난한 장미 사랑이 여기에서 드러난다고 봐도 좋겠다. 그 유명한 노래 '장밋빛 인생 La vie en Rose'가 그러하고 베르사유 장미가 그러하지 않은가. 근거 없는 속설이 그저 전해지는 이야기라고 해도 말이다.

라울 뒤피 “La vie en Rose” 아내 생일을 맞이해 그린 작품

그리고 세계 많은 이들이 ‘장밋빛’이라는 보기만 해도 아니, 듣기만 해도 달콤한 색감에 함께 심취해버렸다. 쉽게 가질 수 없는 장밋빛 인생이기에 빵 한 조각에라도 심고 싶고, 그림 한 장에 그려 넣고 싶고 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장밋빛 인생 따위는 생각도 말라는 냉소적인 사람은 이 핑크 브리오슈도 질색하려나.

장밋빛 인생이 잠시라도 스쳐 지나감을 믿는 나는 과하게 묵직한 식감과 당도의 브리오슈는 부담스러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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