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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10. 2022

너의 이름은

마들렌


부드러워서 달콤해서 웃다가 배꼽이 빠질 수도 있다. 

그 이름도 예쁜 티케이크, 마들렌.

재료는 단순하나 조개 모양이 탐스럽고 솟아오른 배꼽이 먹음직스런 마들렌은,

 짙은 버터에 은은히 퍼지는 레몬과 바닐라향을 맡고 있으면 열 두개 한 판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행 비행기를 끊고 싶어지는데, 사실 클릭 몇 번만 해도 집에서 받아먹을 수 있으니 여행하고 싶은 핑계를 추스려보자.


18세기 중반 프랑스 로렌(Lorraine) 지방의 코메르시(Commercy) 마을에서 그 지방 공작을 위한 연회가 열리던 날, 페이스트리 준비를 맡은 어린 시녀가 가리비 모양의 쿠키를 구워 냈단다.

 맛에 감탄한 공작은 시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마들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진위는   없으나  정도면  스토리가 상세하지 않나.

마들렌은 기원 스토리보다는, 프루스트의 소설에 등장해 존재감을 더 널리 알렸다. 홍차에 찍어먹는 포슬한 마들렌..프랑스인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메타포가 되었다고 하니 그 이름이 탐날 정도다.


이후 마들렌은 프랑스의 왕 루이 15세의 왕비이자 스타니슬라스 공작의 딸 마리 레크진스키(Marie Leszczynska)를 통해 프랑스 왕실과 파리에까지 전파되었다고 한다. 왕실에서도 먹었다니 괜히 더 우아해보이는 조가비 살 무늬다.


“마들렌이 없으면 축제가 아니다”



마들렌의 최강자로 불리는 오늘날의 파티시에는 2019년 월드 파티시에로 뽑힌 프랑수아 페레 François Perret. 그의 첫 디저트 전문점 리츠 파리 르 콤투아(Ritz Paris Le Comptoir)코로나 시국을 돌파하던 2021년 여름에 오픈했다. 손바닥만하게 커다란 마들렌은 글라사주를 입혀 윤기가 흐르면서 살짝 바삭해져서, 촉촉한 마들렌 속과 어우러져 식감의 재미를 준다.

해외직구도 가능하다니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 마들렌 배꼽이 아니라 콧대가 높아 부러질 판이다.

귀국하기 일주일 전 쯤 숍을 방문해서 하나씩 음미해봤더니 과연 범상치 않은 마들렌이었다.


그 달콤함이 생각나서 사랑의 메타포인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해 마들렌를 구워보았다. 

같은 레시피로 조개 대신 하트 모양에 구웠더니 마들렌 같지 않고 포슬한 맛도 떨어지는 게,  얕보았다가 큰 코 다쳤네, 배꼽이 어디갔나?

화이트 초콜릿을 입히고 구슬로 흠을 가려보지만 홈베이킹 표가 팍팍 나고 말았다.

너의 이름은...마, 마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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