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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Feb 12. 2022

이모가 만든 거니까

달걀 미모사 Deviled egg

이모 대체 언제 와?!”


 엄마만 찾던 미운 네 살을 지나더니 이모인 나랑도 잘 놀아주는 녀석. 한국에 온 지 반년도 안 되어 프랑스로 간다고 하니, 눈물 가득 실망 가득해하던 작은 아이는 식구 누구도 모르게 혼자서 디데이를 세면서 아쉬워했단다. 코로나로 인해 귀국 날짜가 무한 연기되자 매 번 영상통화할 때 볼멘소리를 했다.


온다면서 왜 안 와, 거짓말쟁이야 이모.


본의 아니게 미운 이모가  나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늘어놓다가ㅡ이모 한국 가면 같이 놀이동산 가자든지, 다음에 프랑스에 같이 오자든지ㅡ귀국 날짜가 정해지자마자 조카에게 알렸다. 아이는 또다시 디데이를 세고 있었단다. 심지어 자기 달력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번이나  놓았다고 언니가 몰래 얘기해줬다. 눈물 찔끔.

  조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까지 하나밖에 없는 이모인 나는 줄곧 해외살이를 했다. 꼬물이가 태어났을 때도 젖을 떼고 걸음마 떼는 것도, “이모 발음하기까지도  전부 영상통화를 통해서만 봤다. 일 년에 두어  휴가 때에나 잠깐씩 안아준  전부. 그런데도  녀석은 이렇게나 이모를 좋아해 주다니 황송하기 그지없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날, 언니네 차가 우리 집 앞에 당도하고 문이 열리자 “이모오오오~” 냅다 달려 나와 안기는 조카는, 어린이가 다 됐다.

 뭐라도 이모가 직접 해주고 싶었던 마음에 나는 몇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 구운 소고기 갈빗살을 올린 굴소스 볶음밥은 마다할 리 없건만, 데친 새우를 다져 달걀노른자와 마요네즈를 섞어 흰 자 안에 쏙 채운 달걀 미모사를 더 야심 차게 준비했다. 그런데 “우와, 예쁘다”라고 하더니 포크도 가져가지 않는 조카를 지켜보다가 기어이 미모사 하나를 입에 넣어주려고 했다.

“이모 나 사실 계란 싫어해”

이런, 예뻐만 하고 조카가 취향은 간과했다. 아니, 취향을 가지게 되리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봐야 한다. 언제까지나 아이라고 여긴 이모의 실수다.

“미안, 이모가 몰랐네? 그래도 이모가 되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하나만 안 먹어볼래?”

마뜩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레 입을 벌리는 조카는 한 입만 딱 베어 물더니 으레 “으음~” 리액션을 잊지 않는다. 이모가 만든 거니까 먹는 거라며.


이모랑 손잡고 가자, 하면 쪼르르 엄마한테 찰싹 붙어있더니 이제는  손을 잡고 춥지? 하면서 녀석이 먼저 손을 내민다.

손이 언제 이렇게 두툼하니 커진거야? 놀라는 이모를 아랑곳하지 않더니 자기 호주머니에 잡은 손을 넣어준다.


이렇게 하면 안 추워! 


안 춥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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