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만든 거니까

달걀 미모사 Deviled egg

by 파리누나

“이모 대체 언제 와?!”


엄마만 찾던 미운 네 살을 지나더니 이모인 나랑도 잘 놀아주는 녀석. 한국에 온 지 반년도 안 되어 프랑스로 간다고 하니, 눈물 가득 실망 가득해하던 작은 아이는 식구 누구도 모르게 혼자서 디데이를 세면서 아쉬워했단다. 코로나로 인해 귀국 날짜가 무한 연기되자 매 번 영상통화할 때 볼멘소리를 했다.


온다면서 왜 안 와, 거짓말쟁이야 이모.


본의 아니게 미운 이모가 된 나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늘어놓다가ㅡ이모 한국 가면 같이 놀이동산 가자든지, 다음에 프랑스에 같이 오자든지ㅡ귀국 날짜가 정해지자마자 조카에게 알렸다. 아이는 또다시 디데이를 세고 있었단다. 심지어 자기 달력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몇 번이나 쳐 놓았다고 언니가 몰래 얘기해줬다. 눈물 찔끔.

첫 조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까지 하나밖에 없는 이모인 나는 줄곧 해외살이를 했다. 꼬물이가 태어났을 때도 젖을 떼고 걸음마 떼는 것도, “이모”를 발음하기까지도 난 전부 영상통화를 통해서만 봤다. 일 년에 두어 번 휴가 때에나 잠깐씩 안아준 게 전부. 그런데도 이 녀석은 이렇게나 이모를 좋아해 주다니 황송하기 그지없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날, 언니네 차가 우리 집 앞에 당도하고 문이 열리자 “이모오오오~” 냅다 달려 나와 안기는 조카는, 어린이가 다 됐다.

뭐라도 이모가 직접 해주고 싶었던 마음에 나는 몇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 구운 소고기 갈빗살을 올린 굴소스 볶음밥은 마다할 리 없건만, 데친 새우를 다져 달걀노른자와 마요네즈를 섞어 흰 자 안에 쏙 채운 달걀 미모사를 더 야심 차게 준비했다. 그런데 “우와, 예쁘다”라고 하더니 포크도 가져가지 않는 조카를 지켜보다가 기어이 미모사 하나를 입에 넣어주려고 했다.

“이모 나 사실 계란 싫어해”

이런, 예뻐만 하고 조카가 취향은 간과했다. 아니, 취향을 가지게 되리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봐야 한다. 언제까지나 아이라고 여긴 이모의 실수다.

“미안, 이모가 몰랐네? 그래도 이모가 되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하나만 안 먹어볼래?”

마뜩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레 입을 벌리는 조카는 한 입만 딱 베어 물더니 으레 “으음~” 리액션을 잊지 않는다. 이모가 만든 거니까 먹는 거라며.


이모랑 손잡고 가자, 하면 쪼르르 엄마한테 찰싹 붙어있더니 이제는 내 손을 잡고 춥지? 하면서 녀석이 먼저 손을 내민다.

손이 언제 이렇게 두툼하니 커진거야? 놀라는 이모를 아랑곳하지 않더니 자기 호주머니에 잡은 손을 넣어준다.


이렇게 하면 안 추워!


안 춥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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