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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Jun 13. 2021

내 남자의 달걀 볶음밥

대파 한 가득, 찰리오일 한 스푼의 표현법


그는 본인이 표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몇 글자가 그에게 있어서는 유일하고최고 ‘현’이다.

관계에 있어 표현을 얼마나  ‘잘’ 해야 하는가는 주관이겠으나, 때때로 애정을 느낄 만큼의 정도가 필요함은 객관이다.


표현이라 함은 위로의 말도 포함한다.

그는 위로 같은 을 정말 못 한다.

처음엔 공감을   하는 사람인가, 그만큼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걸까,

내 인생의 내가 짊어지어야  어려움인  알아도 서운했다.

묵묵히 듣고 나서는 결국 아무 단어도 아내지 못하는 그의 침묵에 나도 입을 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읽을  있다.

그의 다른 표현 방식들을.


-오늘 내가 볶음밥 해줄까?


조금 힘든  울적해하고 있으면 그가 건네는 말이다. 달걀을 풀고 파를 많이, 그러나 으로 일정하지 않게도 썰어 넣은 투박 달걀 볶음밥. 

매운 것을  먹는 사람이지만 나에게 볶음밥을 해줄 때는 칠리오일을  스푼 넣는다.

나보다 1.5배 짜게 먹는 사람이지만 내 볶음밥은 내 입에 맞게 다소 심심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디자인한 줄, 색감 하나 들어간 그릇이 없는 그의 주방에서 하얗고 널따란 접시도 아니고 보울도 아닌 것에 담아 달걀 볶음밥을

터억,

내려놓고는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자기가 먼저 식사를 시작한다.


-맛있다, 고마워.


내가 첫 술을 뜨고 한 마디 하면 한 번 쓰윽 나를 쳐다보고 끄덕끄덕할 뿐이지만,

작은 뿌듯함이 느껴지는 끄덕끄덕이라는 게 보인다.

그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는

나를 위한 달걀 볶음밥을 깨끗이 비워낸다.


서로의 다른 표현법을 읽어나가고 이해하는 섬세한 과정을 새삼스럽게 깨달으며 오늘은 내가 김치찌개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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