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리누나 Jun 24. 2021

두 사람의 한 식탁

황태 두부국


-미역국에 북어라니 생각만 해도 별로다. 미역국은 소고기에 참기름 듬뿍 넣어야지.


-생선찜은 정말 내 타입 아니야, 생선은 기름에 굴리고 튀겨야 제 맛 아니야?


-프랑스 요리 다 좋은데 온갖 것 섞어놓은 것 같은 키쉬는 이상해, 그냥 바게트가 최고. 단건 별로지만 뭐, 에끌레어는 가끔 먹으면 맛있고.


그가 편식이 심한 건 아니다.

단지

먹어본 맛, 먹어본 조합, 오랫동안 먹어와서 정의 내려진 음식이 아니면 ‘태생이 무엇일까?’ 같은 의심의 눈초리가 벌써 생기는 사람일 뿐이다.

떡볶이는 고추장 떡볶이, 김치찌개엔 돼지고기, 카페라테엔 무조건 일반 흰 우유(나는 코코넛 우유나 두유도 즐기기 때문에) 등,

어찌 보면 고리타분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 내 애인이다. (참고로 우리는 동갑이다)


하지만

내가 해주는 건 다 군말 않고 남김없이 먹는다.

앉아서 받아먹는데 투덜대는 것이 인간적으로 애인적으로 할 일이 못 되기는 하거니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재료가 혹은 조리법이 혹은 조합이더라도 꽤 맛있게도 먹는다.


육류보다 생선을 좋아하는 나라서 자기 손으로 생선은 사 본 적 없는 사람이,

-고등어 싼데?

-오징어 싱싱해 보인다

-오늘 게 한 마리 어때!

먼저 물어올 때.

이럴 때는 더 맛있게 해서 해산물, 생선 요리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진다.


누군가와 밥상을 공유한다는 건 서로의 입맛을 배려한다는 것.

프랑스 요리를 배우지만 시골 입맛인 나는 나물반찬, 젓갈, 뿌리채소를 좋아하지만

오히려 대한민국 남쪽의 시골 출신인 그는 스테이크, 치즈와 사퀴테리,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것도 즐긴다.

최근에 하몽과 비슷한 크로아티아산 말린 돼지 뒷다리를 먹어보고는 직접 해볼 수 있나  찾아보기도 한 게 그 사람.


내가 먹고 싶은 시간에 내가 먹고 싶은 것만 생각하던 오랜 간 혼자살이의 나날들과 달리,

함께 먹을 시간에 맞춰 먹을 공간을 위 한 구석 남겨두고, 같이 즐길만한 거리를 고민한다.

방금 먹었어도 내가 같이 먹을까, 하면 주저 않고 숟가락 드는 귀여운 사람이기도 하다.



술 적지 않게 마신 이튿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했지만 해장을 위해 끓인 황태 두붓국에 잡곡밥, 허전하니 김 몇 장을 굽고 아껴두던 낙지젓 약간(나는 아껴먹지만 그는 있는 줄도 모르는 반찬) 내놓은 아침상.

후루룩 후루룩  먹으니  속도 해장되는 기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 남자의 달걀 볶음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