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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Dec 30. 2021

닭으로 통한다

통닭구이 poulet rôti

작고 후에도 푸드 칼럼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가 말했단다.

“어떤 레스토랑이나 요리사의 능력을 보고자 한다면 그 집 통닭구이를 보면 된다”라고.


프랑스도 한국 못지않게 닭을 먹는다. 아니 더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인만큼 닭을 먹는 민족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오산, 정말 만만치 않은 게 프랑스라는 사실!

닭을 많이 먹는 게 국가의 자랑거리아니건만,

프랑스 닭은 자랑할 만큼 퀄리티가 좋다.

닭의 종류가 무려 30가지도 넘고, 요리사가 아닌 일반 프랑스인들도  가지를 구분하고 요리를 위한 부위별 특징을 대강 알고 구매한다.


저명한 푸드 칼러 미스트 브리야 사바랭은

"닭은 요리에서 하얀 도화지 같다"라고 단다. 그만큼 프랑스는 닭이 다양하게 조리됨을 의미하는 바.


프랑스어에는 닭을 지칭하는 단어가 여럿, 각각의 닭은 품질 관련 규정도 다르다.

 Le Poulet(뿔레)가 가장 일반적인 단어로, 기본적으로 1.3kg 이하, 1.3 -1.7kg, 1.7-2.2kg, 그리고 그 이상의 네 가지 사이즈로 나눈다. (우리는 1.3kg를 찾기도 어려운데!)

 암탉은 La Poule(폴)이라고 하고 주로 국물 내는 용으로 쓰고 먹지는 않는다. 수탉은 Le Coq(꼬크)라 하고, 특히 어린 수탉은 Le Coquelet(꼬클레), 난소를 제거한 성계 암탉은 La Poularde(뿔라흐트)이고 그 사이즈는 1.8-2.3kg이어야 한다. 4kg이 넘는 큰 수탉은 Le Chapon(샤퐁)이며 거세된 수탉은 크리스마스 등 파티에 쓰인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나, 브레스 Bress 닭은 프랑스 브레스 지역에서 기른 닭을 말하는데, 엄격한 규정 아래 방생하며 키운 이 닭은 한 마리에 무려 한화 10만 원도 넘는다. 브레스 닭을 멋지게 요리한 디쉬는 당연히 그 두 세배 가격이니, 치킨을 만 원대에 먹는 우리로선 닭을 그렇게 주고 먹을 일이냐 할지도 모른다.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뭐, 먹어볼 기회가 있다면 먹어보고 이야기하자.


 맛도 다양한 바삭하게 튀기는 치킨시대가 도래하기 전, 통닭이 최고의 안주이자, 아버지가 통닭 넣은 검은 봉지 들고 퇴근하시는 밤이 귀한 날이었다. 그러나 기름이 많고 가슴살은 퍽퍽한 통으로 튀긴 통닭보다 이제, 등분한 치킨이 오늘의 우리네 "치킨”이지 않겠나, 반면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통으로 구운 치킨이 인기 주말 메뉴 혹은 모임 메뉴가 되곤 한다.


"일요일에는 전기통닭 Poulet rôti 나 먹을까?"는

마치 우리가

"일요일은 내가 짜파구리 요리사!"

하듯이 통닭구이가 프랑스인들의 일상에 녹아있는 조금 특별한 식사다.


프랑스 곳곳 일요일에 열리는 장에 나가면 무조건이다. 통통한 통닭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커다란 바비큐 전기구이통, 가격도 10유로에서 15유로 내외로 저렴하다. 한국에서 먹는 닭보다 최소 1.5배는 크기도 하다. 진동하는 닭구이 냄새 때문에  보는데 현기증이  수도 으니 주의할 것.

 내 생각에 프랑스 통닭구이의 하이라이트는 닭에서 나오는 기름이 떨어지는 곳에 모아둔 감자다. 몇 유로를 더 얹으면 종이팩에 담아주는 알감자들. 닭기름을 잔뜩 머금은 감자는 튀긴 바삭함은 아니지만 진득한 고소함으로 먹다 보면 닭보다 감자를  먹게 된다. 


연말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역시 커다란 통닭구이가 잔치스럽다. 호프에서 나오는 튀긴 통닭은 정감스러운데 오븐에서 나오는 통닭은 고급지다. 영화에서 하도 봐서 우리에게 있지도 않았던 연말 분위기를 꾸며내는 것일지라도, 하나를 나눠먹는다는 건 연말에 꼭 하나쯤 있어야 할 무엇인 건 분명하다.

비록 이제는, 한 접시에 두고 다 같이 먹는 건 당분간이 아니라 아주 오래, 어쩌면 그것이 추억에나 묻힐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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