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아가씨, 요거 하나 잡숴

중국 상하이

by 파리누나

중어중문학과 과탑 여러 번 하면서 졸업했다. 교직 이수까지 하면서 나름대로 심도 있게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심취했던 대학 시절.

"중국 승객들 타면 도움 되겠어요, 중국인들은 영어 못 하잖아요."

이런 얘기 많이 들었는데 뭐,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중국어 한 마디 못하는 크루도 눈치껏 중국 비행할 수 있다. 물론 중국어 하면, 조금 편한 거다.

중국인들이 상식이 없다, 시끄럽다, 지저분하다 등등의 비호감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는 얘기, 오히려 상식일만큼 퍼져있다. 이것도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라고 하겠다. '시끄럽다'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데시벨 측정하면 확실히 알 수 있으니 높은 수치를 나타낼 것이라 그들이 다른 국적 승객들보다 ‘소리가 큰 것’은 맞다. 지저분함이란 중국인의 대표 간식 해바라기씨가 대표 원인, 그 껍질이 사방에 깔려 있기 일쑤다. 이외 간식거리를 많이 갖고 타는 게 중국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너저분한 비행은 수도 없이 많아서 그들이 ‘특별히’ 지저분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상식이 없다 함은, 상식 없는 에피소드가 도처에 널린 세상이라 이도 패스한다.


중국에서 교환학생을 지낸 항저우에서 일 년은 대학 시절의 꽃이라 해도 무방하다. 앉아서 수업 들은 날보다 중국 방방곡곡 돌아다닌 날이 더 많다. 도시마다 다른 사람들, 그보다 더 다른 소수민족들을 만나면서 중국인을 싸잡아 나쁘게 묘사하는 것에 불편함이 생겨났다. 나라고 드넓은 중국 땅에서 왜 절레절레 고개 저을 일이 없었겠냐만은, 부대끼고 지내다 보면 일부 동화되고 그렇지 못한다 해도 익숙해진다.

나는 그들이 기내에서 왜 따뜻한 물을 많이 찾는지 이해하고, 왜 해바라기씨를 들고 타는지 또 왜 그리 ‘시끄러운지’를 알기에 나는 그들과 같이 떠들곤 했다. 많이도 잊어버린 중국어 몇 마디를 뻐끔거리면, 당시에는 태극기 배지를 달고 비행했던 터라 내가 한국인임을 알기에 그 몇 마디 하는 것에 너무나 기특해하는 중국 승객들이 그리 살갑다. (갑자기 빠르게 막 중국어를 하기 시작하면 난 못 알아들어도 끄덕끄덕, 웃기만 한다.)


상하이 비행은 중국 비행 중에서 광저우와 양대산맥으로 글로벌하다. 광저우는 워낙 무역으로 발달해 외국인이 많고, 상하이는 비즈니스맨뿐 아니라 젊은 층 관광객이 확실히 많아 다양한 층으로 바쁜 비행이다. 나잇대도 다양한 복작스러운 상하이 행, 역시나 보온병을 가지고 갤리로 와서 뜨거운 물을 부탁하는 중국인 승객 하나. 그리고 둘, 셋, 넷…한 명이 시작하면 다 따라 나온다. 탑승 때 이미 뜨거운 물이 동 날 지경! 이륙 후 밀 서비스 중에는, 한국인이 어디 가면 밥 찾듯이 그들은 면을 찾는다. ‘누들로드’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면 요리 기내식이 없는 서비스 후에는 죄다 컵라면 들고 갤리로 온다.


“아유, 아가씨 참 친절해. 한 명씩 이렇게 부탁하니 힘들 텐데.”

“제 일인데요 뭘, 더 필요하신 거 없으세요?”

“이거 내가 유럽 여행 중에 먹으려고 가져왔던 건데, 아가씨 먹어. 우리 딸 생각나서 그래.”

엄마뻘 되는 중국인 승객이 수줍게 내미신 봉지 안에는 내가 교환학생 중 정말 좋아했던 개별 포장된 빵 몇 개랑 과자, 젤리가 들어있다. 마치 나 만날 것을 알고 준비하신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만 말이다. 사실 이제는 불량식품 같은 거 잘 안 먹은 어른 흉내 내던 때였는데, 그리고 승객이 먹을 것 주면 잘 안 받는데 이 봉지는 나도 모르게 받았다. 추억의 간식이기도 하고, 딸 생각난다는 말도 한 몫했고 말이다. 우리 엄마도 어디 가서 맨날 딸 생각한다고 해서 말이다.






누들의 천국에 당도한 만큼 나도 상하이 신천지 부근 유난히 사람 많던 국숫집에 들어섰다. 게 내장으로 국물 맛에 탄탄한 국수면, 탱글한 흰 살 생선이 듬뿍. 굴소스로 휘릭 볶은 상추 사이드로 먹으니 돌아가는 비행도 거뜬할 것 같았다. 그날 받은 간식 봉지는 소중하게 숙소까지 가져간 기억.

keyword
이전 08화#08 채식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