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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03. 2024

구십 삼일. 임신 핑계 (1)

앙버터 토스트


아침 식사로 단 것을 먹는 것은 좋지 않으련만,

주말 아침은ㅡ일을 안 하니 평일이나 주말의 차이는 남편이 있다와 없다가 다를 뿐ㅡ 달달한 토스트를 먹어도 될 것 같다.

사실 남편은 식사로 단 음식을 먹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식후땡은 없어도 그만 가끔씩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끝, 식성마저 성격처럼 군더더기가 없달까.

나는 밥을 먹으면서 디저트는 뭘 먹을지 고민하는 반면 식사를 마치면 곧바로 양치를 하는 남자다.


해외생활을 수년 간 했어도 나는 구수한 입맛인데,

특히 팥 들어간 건 뭐든 좋아해서 단팥빵, 팥죽, 팥도넛, 호빵, 팥칼국수 등 팥귀신이라도 붙었나 싶다.

예상에 빗나가지 않게 신랑은 단팥은 별로,

호빵도 야채호빵, 빵은 크로켓이나소시지 피자 빵을 고르고(꼭 골라야 할 때라면) 죽은 소고기죽, 멸치 칼국수…

이번 일본 여행 중 마트에서 나는 심지어 팥을 샀다. 팥죽용 팥도 사고 스프레드 팥, 팥 들어간 모나카, 찹쌀떡, 빵까지 사가지고 왔다.

남편은 고추냉이, 겨자, 소금, 라면 같은 것들을 담고서 간식만 잔뜩 든 내 장바구니를 보고 또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웃었다.


입덧 때는 단 것도 먹기 싫더니 중기에 접어드니 단 것만 생각난다.(고 했더니 신랑은 원래 임신 전에도 내가 그랬단다.)

“일본에서 사 온 팥 스프레드는 유통기한이 있으니까 얼른 먹어야 돼!”

라는 핑계를 대고 두툼한 식빵을 잘 구워 버터를 쓱싹쓱싹 발라 통팥이 들어간 팥소를 올렸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 보면 식빵에 꼭 이렇게 팥을 조금 올려 먹던데 말이야.

조금 심심한 것 같아 견과류로 장식도 해본다.

해 주면 군말 없이 접시를 비워내기는 하는 남편인데, 달콤한 이 식사를 나와 함께 하려니 흰 우유를 한 3컵쯤 곁들여 마시더라.


여보, 내일 퇴근할 때 붕어빵 좀 사다주라~

내가 아니고 아가가 먹고 싶다고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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