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십 일일. 임신 핑계(2)

묵은지 참치김밥

by 파리누나


아이코, 배가 껴서 이거 못하겠어.


요즘 내가 남편 앞에서 많이 하는 말이 되었다.

화장실 바닥 청소나 무거운 생수 옮기기 같은 건 정말 묵직해진 배가 땅긴다.

하지만 양말 신기, 운동화 끈 매기, 높은 찬장에 있는 물건 꺼내기 등은 약간 느릴 뿐, 무리 없다.

남편 없을 때는 척척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신랑이 있으면

어우, (기분 탓인가) 잘 안 되네.


내가 임산부인 거 까먹은 거 아니야?

싶게 남편이 소파에 누워만 있을 때면 더 많이 나오는 말이다.

괜히 한 번 더 아휴, 한숨을 크게 쉬면서 얄미움을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같이 소파에 누워있을 때

배가 좀 당기는 것 같은데,라고 관심을 요구할 때도 있고.

그러면 배에 손을 대고 문질문질, 별 도움은 안 되는 마사지로 본인의 최선을 표해준다.


남편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기도,

정말 몰랐을 때는 알았던 척하기도.


오늘은 좀 간단하게 먹으려고 신김치를 물에 씻어 마요네즈 약간과 버무린 참치 넣은 김밥을 만들었다.

분명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설거지는 왜 한 시간쯤은 요리한 것 같고 여기저기 밥풀에 김가루가 날릴까.

아이고,

오늘따라 배가 무겁다 여보.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구십 이일. 길들여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