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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22. 2024

칠십 오일. 둘 다 별로다, 양자택일

천혜향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또 하나 많이 받는 질문.


 “자연분만 할 거야, 제왕절개 할 거야?”


의외로 분명하게 어떤 쪽을 원하는 산모가 많다.

수술하는 것 자체가 무섭고 회복 더딘 것도 겁난다는 자연분만파와,

끔찍한 진통을 모르고 싶다는 제왕절개파로 대개 나뉜다.


나는 어떤 쪽도 좋지 않은데.

물론 모든 산모가 두려움이 있겠지만 ‘문제없다면 자연분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라거나, ‘무조건 수술할 거야’라는

어느 선택이건 확신이 있는 그들이 나로선 대단하다.


원체 우유부단한 성격이 여기에도 적용이 되는 건가 싶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하자면 진통이 나는 더 겁이 난다. 몇 시간이 될지 모르는 겪어본 적 없는 고통이라는 두려움.

수술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라 친구들은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데,

내 부모님을 비롯해 두 조카 모두 자연분만으로 낳은 언니, 산부의과 의사이신 친척분, 그리고 남편까지

할 수 있다면 자연분만을 권한다.

내가 자연분만이 무섭다고 하는 것이 모성애가 부족한 것처럼 들릴까 싶어서

“임신 후기까지 가 보고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고 그때 결정해야지.”

라고만 했다.


나는 맹장수술도 한 번 안 해봤기 때문에 수술이 낫다고 확신도 없긴 하다.

그러나 자연분만에 문제없는데 선택제왕하는 것이, 자연분만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내세울 명목이 없다고 해야 하나.

‘이들’이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서.

자연분만이 아이한테 좋다고 해서라는 말은 아무도 안 했지만(남편은 나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라고 하기도 했지만),

낳는 사람이 어떤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중요하다는 말이 난 더 필요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자신들은 나름대로 내게 좋다는 조언과 의견을 내놓는 것이겠지만

가까운 이들이 내 의사와 상태를 먼저 봐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서운함이 나는 먼저 든다.


오늘 나의 상태는 상큼하고 달콤한 감귤류가 먹고 싶다.

먹을지 안 먹을지부터 수술할지 안 할지,

결정은 제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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