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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31. 2024

육십 칠일. 엄마 마음 (1)

돼지고기 가지볶음


 작은 오피스텔에서 사용하던 미니 소파를 중고장터에 팔고자 내놓았다.

버리기 아까워 이사할 때 일단 가지고 오긴 했는데, 거의 옷이나 가방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본래의 역할을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 소파인데, 슬슬 아기 침대 놓을 자리로 비켜주어야 할 때이다.

어차피 처리하기로 한 이상 처리 비용 생각해서 만 원 가격을 붙여 내놓았더니 여러 사람들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두 차례 불발 후 세 번째 때 감사하다며 가지고 가셔서 있던 자리가 휑해진 안방.

(대화를 하다가 잠수 타버리는 매너는 무엇인가!)

앞으로는 빈 공간 찾기가 어려워질 테니 휑함을 두 달 동안 만끽하자.


요즘 들어 매일 중고시장 앱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예전에는 구하고 싶은 상품 알림 받기를 하는 정도에서,

이사를 한 후에는 이삼일에 한 번 정도 확인하며 새로 들여올 만한 게 있나 보곤 했다.

요즘은 출산, 신생아용품을 검색하고 보니 정말 많은 중고제품들이 올라와서 초보엄마인 나는 오히려 중고시장에서 ‘이런 것도 필요하구나’ 공부 중.

앱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무색하게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아기용품을 선뜻 사지는 못하고 있다.


“중고시장이 활발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특히 아이들은 금방 크니까 멀쩡한 물건 못 쓰느니 팔면 좀 좋아?”


정말 많은 이가 공감하고 환영하는 바이다.

나도 누가 출산준비 잘 돼 가느냐고 물으면,

“천천히 사고 있어요. 어느 정도는 중고로 마련하면 되죠!”

라고 해놓고,

막상 면역력도 부족한 아가에게 직접 닿고 입에도 들어갈 텐데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사용했을지 모르는 물건을 사기가 망설여진다.

직접적으로 아가에게 닿지 않는 것들만 중고로 봐야지 했는데도 내가 사용할 것처럼 쉽게 사기는 어려운 걸 보니, 엄마 마음이 이런 건가.

아직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서 그렇지 키우다 보면 조금 무던해지겠지 싶지만.


며칠 전 나눔 받은 첫 수확했다는 싱싱한 부추로 어제는 부추전을 해 먹고,

남은 걸로 돼지고기 가지볶음 마무리에 숨만 죽여 넣어 덮밥으로 저녁을 지었다.

이사 오고 나서 아주 괜찮은 물건들을 저렴하게 사기도 하고,

살림이 너무 많다며 나눔으로 받은 그릇이나 화분도 여럿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덮밥 담은 그릇도)

아이 것 더 해주는 만큼 우리는 한두 번 더 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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