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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Apr 01. 2024

육십 육일. 엄마 마음 (2)

전복내장밥


참 오랜만에 수산물 시장에 발걸음을 했다.

월요일 오전이라 시장이 한가하다 보니 시장의 묘미라면 묘미인 떠들썩함은 없지만, 느긋하게 구경하기 좋다.

손님이 많지 않은 월요일에는 주인장들이 덤을 조금 더 얹어주기도 한다.


“전복 만 원어치만 주세요.”


나는 5개 만 원이라고 적힌 전복을 가리키며 솔로 가볍게 세척만 부탁드렸다.


“요 작은 거 3개 더 넣어줄게, 아가 많이 먹어야지.”


만 원에 전복이 8개나 든 봉지를 건네받았다. 5개는 크기도 꽤 크고 실하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우리 아가 덕분에 여기저기 덕을 많이 보네.

전복 파시는 아주머니도 부푼 내 배를 보고 엄마 마음이 작용했으리라,


동행한 친구는 제사 준비 때문에 몇 가지 해산물을 사려고 온 참이었다. 전복을 쪄서 꼬치로 만들어 상에 올린단다.

나보고 전복을 어떻게 해 먹냐고 묻길래 곧바로 한 대답은,


“남편이 전복죽 정말 좋아해요. 8 마리면 두 번은 먹겠다.”


집에 돌아와 칫솔로 꼼꼼히 전복을 씻어내면서, 주부 다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지낼 때는 수산물 시장은 정말 구경만 하는 곳이었는데,

오늘은 나보다 남편이 잘 먹는 음식부터 생각하고 있었으니

아가가 좋아하는 것 먼저 해 주려는 마음이 생길 날이 머지않았다.


우리 엄마도 당신이 드시고 싶은 것보다 우리 삼 남매가 좋아하는 것, 아빠가 좋아하시는 것을 주메뉴로 항상 하셨지 않나.

깊은 생각 없이 당연하게 여겼으나, 엄마가 혼자 끼니를 하시는 때에 보면 쌀국수가 원톱이다.

 엄마 생신이나 되어서야 그것도 우리가 다 자라고 나서야, 엄마 좋아하시는 베트남 식당에 가곤 했다.


물론 음식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먹는 사람이 잘 먹어주는 게 헛수고하지 않으니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보다 ‘엄마 마음’의 작용이 훨씬 컸을 것이다.


이런 마음은 ‘나의 가족’이 생김으로써 느끼는 자연스러움이라 본다. 하지만

음식을 하는 본인도 함께 먹는 만큼 자기의 취향도 넣어줘야 하는 만큼, (하하)

오늘은 전복죽 말고 전복 내장에 버터와 간장을 넣고 믹서에 간 소스로 내장밥을 만들었다.

얼마 전 방문했던 오마카세에서 먹었던 이와 흡사한 디쉬가 인상적이었던 터,

전복을 부드럽게 찌는 데 오래 걸렸지만 맛은 충분히 기다림을 보상했다.

다행히(?) 남편도 싹 비워내고, 남겨둔 작은 전복 3개까지 맛있게 먹어 오늘 8마리를 모두 해치웠다.


나도 챙기면서 가족도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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