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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Apr 05. 2024

육십 이일. 애증

무지개 파스타


어제 월병을 만들어 준 동생과 또 하루를 함께 하며 그동안 밀렸고 또 앞으로 한동안 못할 이야기를 끝없는 우물 속에서 꺼냈다.


나를 보러 오기 전 어쩌다 보니 엄마와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삼십 년 살면서 엄마가 자기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부분은 다 아빠를 닮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엄마와 얘기를 나누면서 처음 알았단다.

사실은 엄마 본인과 너무 닮아서였다고.

그래서 안쓰럽고 미안하고, 자신이 못 고친 그 부분은 딸은 더 나은 모습으로 살길 원하는 거였다고.


누구나 자신의 못난 부분이 타인에게서 느낄 때, 의식하든 못하든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그게 가족이라면, 더 자주 마주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스스로에게도 동시에 투영해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위에서 아래로도 아래에서 위로도 생겨나, 부모가 자식에게도 보기도 하고 자식이 부모에게서 발견하기도 한다.


나 또한 나와 성향이 비슷한 엄마에게서 종종 느껴왔다.

쉽게 거절 못하고 분명하게 의사 표현 전달에 어려움을 느끼는 점,

그러다가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거나 괜한 오해를 만들게 되는 불상사 등등.

한창 사춘기에 나는 똑 부러지지 못하는 내 성격이 엄마에게서 왔다고 여겼고,

커서도 엄마가 주변 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면 나는 좀 화가 났다.

나도 못하면서 엄마한테는 ‘왜 다 해준다고 하냐고, 왜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하냐’고 한 소리를 하게 되는 거다.(그런 말도 소리 지르는 게 아니라 우는 소리로 혼잣말하듯이)

사실은 왜 그랬는지 이해하면서도, 아니 공감이 뼛속 깊이 되니까 오히려 속이 상해서 그런 거다.

아마 엄마도 나의 부족한 면을 볼 때 그렇게 느끼셨을 텐데, 자식으로서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란 어려워서 거기까지 헤아릴 공간이 없었다.


내가 내 아이를 낳고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비슷한 상황이 오겠지,

아이도 아이 시절의 나처럼 부모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테니

그때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하고 이야기할 줄 아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약간 가라앉은 마음을 다채롭고 상큼한 색색의 냉파스타로 달래 보자.

빨간 토마토, 주홍 당근 라페, 노란 노른자, 푸른 겨울초까지 담으니 오색빛깔 식욕을 자극한다.

레몬즙 꾹 짜서 올리브 오일에 섞어 한 바퀴 둘러 소금, 후추로 간 맞추면 만들기도 쉽고 속도 편한 샐러드 파스타 한 접시 뚝딱.

한 걸음 더 엄마라는 이름에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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