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일일. 집착

당근칩

by 파리누나


“학교에서 만들었던 당근칩 말이야,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억나?”


파리 요리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에게 메시지까지 했다.

정말 간단해서 레시피를 따로 적어놓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요리 장식용(가니쉬) 당근칩이었다.

알려주셨던 선생님도 몇 가지 얹어준다는 팁처럼 가볍게 선보였던 것이라 교제에도 따로 실린 요리법은 없다.


‘설탕도 한 톨 안 들어가는데 이렇게 달고 바삭바삭, 색감까지 예쁘다니. 아이들도 잘 먹겠다 ‘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만 기억난다.

기억력 좋다고 자부하던 것이 부끄럽네.


뭐 대단한 거라고 이렇게 재현해보려고 하는지 나 스스로도 좀 우스운데,

남는 당근으로 시도했다가 실패하니 답답해졌다.

당근을 쪄서 갈았던가, 볶다가 갈았던가?

푸드 프로세서로 하면 그 질감이 안 나는 건가?

건조 온도가 잘못되었나?


당근의 주홍물은 조금만 오래 둬도 착색이 잘 된다. 하얀 도마와 알뜰 주걱에 주홍빛이 잘 안 빠지게 됐다.

일을 그만둔 지 일 년쯤 되니 아주 조금 쌓았던 요리 스킬마저 녹스나 싶어 집착하고 있나 보다.

특히 프랑스에서 배운 것들은 꽤 강력하게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안 하다 보니 여느것과 마찬가지로 빠져나가는구나.

디데이가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까워질수록 출산, 육아에 관한 정보와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는 딱 그만큼,

그동안 해왔던 많은 것들이 무용해지는 기분이다.

아직도 마음에 드는 예쁘고 바삭한 당근칩이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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