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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Apr 04. 2024

육십 삼일. 내 생각

월병


친한 동생이 내게 월병을 만들어주겠다고 서울에서 내려왔다.

라는 건 과장이고 나의 출산 전 한 번 더 얼굴 보겠다고 먼 걸음을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월병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작은 팝업을 가지면서 월병을 만들어 판매했던 그녀!

다소곳한 월병 사진을 보고 ‘우와, 월병’ 한 마디 남겼는데,

안 그래도 팔면서 내 생각을 했다고.

내 생각해준 걸로 고마웠는데 재료를 바리바리 싸가지고 우리 집에서 손수 만들어준다니 황송할 따름이다.


월병은 중국 중추절에 빚어 먹는 과자로, 보름달처럼 둥글게 만들어 팥과 말린 과일로 소를 만들어 채워 틀에 찍어 굽는다.

색색깔로 겉피를 물들이기도 하고, 소금에 절인 달걀노른자, 깨, 흑임자, 녹차 그리고 운남지방에서는 식용 장미잼 등 소는 실로 다양하다.

과자 같은 식감도 있고 페스츄리처럼 부서지게 만드는 곳, 경주빵처럼 부드러운 빵 느낌 등 겉피도 가게마다 다르다.

중국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싱가포르에서 일하기도 하면서 중국 문화에 익숙한 데다,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로 만든 디저트를 안 좋아할 수 없지.

중동에서 비행을 할 때도 추석 즈음 중국 비행을 가면 호텔에서 월병을 하나씩 주곤 했는데 그마저도 반가웠던 나.

직접 만들어 본 적도, 만들어볼 생각도 안 했는데 명절 아닌 4월 때 아닌 월병을 하나씩 동글동글 빚어보았다.


“갓 구웠을 때 먹어야 맛있어. 언니, 제일 예쁜 걸로 줄게.”


누군가 내 부엌에서 내가 만들 줄 모르는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만들어주는 오후가 정말이지 따뜻해.

‘복福’ 자가 선명하게 찍힌 모양도 그녀가 나와 아이에게 주는 복인 마냥 흡족하다.

그녀의 존재로 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동생에게 둘이 잘 노는데 며칠 더 있다 가라며,

월병 몇 개 내일 수영반에 가지고 가겠단다.


“안 돼요, 형부. 이거 다 언니 거예요. 아기 낳기 전까지 먹고 싶을 때 하나씩 꺼내먹으라고.”


내가 디저트를 잔뜩 만들어 놓으면 으레 아침에 싸가지고 나가던 남편은 이 월병의 소중함을 모르고 한 말이다.

스무 개 월병이 생겼다.

이틀에 하나씩 먹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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