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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Apr 03. 2024

육십 사일. 벚꽃이 피고 지는 너와 나의 온도 차이

대저토마토


벚꽃이 피었다 지는 이맘때면 시장에는 토마토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름의 토마토가 가장 달지만 초록빛이 아직 도는 딱딱한 대저 토마토는 지금부터다.

토마토 맛만 온전히 느끼고 싶은 맛깔난 한 알.


비가 하루종일 오다 보니 만개하려던 벚꽃이 꽃비가 되어 떨어지던 오늘이었다.

비 소식이 있어서 주말에 벚꽃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 부부가 그중 하나였다.

대학생 때는 항상 시험 기간에 만개하던 벚꽃이 야속했고, (그래도 보러 갈 수 있었는데 왜 죄짓는 거 마냥 도서관에 갔을까)

해외에 있을 적엔 너무 짧은 벚꽃 기간을 한국 휴가를 맞추기 어려워 아쉬웠다.

중동의 사막 한가운데 살다 보면 흐드러진 연분홍 꽃잎들은 오아시스처럼 아름다운 몽환적인 무엇이었다.


메마른 사막이 오히려 감정을 더욱 용솟음치게 하기도 했지만, 성향적으로 나는 감성이 조금 더 앞서는 사람이다.

우리 엄마는 훨씬 더 감성적인 사람이라 나는 내가 ‘보통 수치’의 감성을 가졌다고 여겼으나,

세상에 ‘보통’을 아무 데나 들이대서는 안 된다고 내 남편을 보며 배웠다.

그가 보기엔 내가 아주 감성적이라, 시도 때도 없이 눈물 찔끔, 쉽게 기뻐하고 우울해지며 감동받고 실망하는 사람이다.

남편은 커다란 감정의 기복 없이 조금 더 피곤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로만 나뉘어 보이는 게 나의 관점.


벚꽃을 보러 가는 건 사실 그로서는 안 해도 그만, 집에서 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벚꽃 노래를 부르는 아내를 위해 주말 하루를 바치기로 한다.

나는 따뜻한 봄바람을 만끽하며 그 바람에 살랑이는 꽃나무 감상에 젖으려는 찰나, 별 느낌 없어 보이는 남편을 보며 샐쭉해졌다.

그러니까 남편의 목표는 아내가 꽃놀이를 즐기는 것,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걸어갔다가 함께 돌아오면 되는 거다.

군말 없이 내가 하자는 것을 하는 그에게 왜 더 즐기지 않냐고, 예쁘지 않냐, 즐겁지 않냐고까지 묻는 건

나와 왜 그렇게 다른 것이냐는 질문을(혹은 공격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그저 다시 고개 돌려 벚꽃을 봤다.


오늘 비가 이렇게 오기 전 어젯밤에 남편 퇴근 후 함께 저녁을 먹고 나서는, 나가자며 내 겉옷을 챙겼다.

“저녁에 어딜?”

“저기 옆 단지 산책로 벚꽃이 이 근방에선 제일 좋다더라.”

20분가량의 길지 않은 밤산책, 산책로를 가로질러 주욱 걸어가고 나니 “자, 집에 가자.”라고 로봇같이 귀가했지만

덕분에 오늘 후두두 떨어지는 꽃잎에도 아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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