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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Apr 23. 2024

사십사일. 모체

오픈 토스트


 ’ 임신 말기에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로, 450kcal 정도를 추가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오늘 본 한 병원 측의 포스팅이었다.

어떤 책에서는 중기에 더 많이 먹으라고 하던데, 이렇게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면 임산부는 헷갈린단 말이다.

하지만 모체인 내가 자주 허기짐을 느낀다는 것으로 보아 전자를 신뢰하기로 하고, 조금씩 자주 먹으라는 지침에 따르기로 했다.

필라테스 가기 전 아침을 먹은 뒤, 마치고 나서 카페에 들러 커피와 간식을 먹고 돌아와 오픈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끼니 같으면서 간식보다는 열량이 좀 있게 바게트 빵 하나에는 머스터드 소스와 오이, 달걀 프라이를 올리고 다른 하나에는 마스카포네 치즈에 딸기, 꿀을 뿌려 두 가지 다른 오픈 토스트로 어중간한 오후 세시 반의 식사를 했다. 이렇게 먹으니 저녁 일곱 시쯤 남편과 하는 식사 때 또 잘 먹는다.


카페에서는 다음 달 할 일들, 즉 ‘임신 마지막달(막달이라고 불리는)’에 할 일, 준비할 물건 목록을 작성해 봤다.

화장실 수전 교체(신생아를 씻기기 편하도록 물이 위로 올라오게끔 하는 세면대 수전), 거실 매트 치수 재고 깔기, 정수기 설치(여태 우리는 생수를 사다 마셨기에), 아기 서랍장 마련, 아직 사야 할 것들이 젖병소독기와 젖병, 아기 연고, 아기 손톱깎이, 탕온계, 기저귀 등등. (웬만큼 샀다고 생각했는데 왜 끝이 없나.) 그리고 출산 가방 챙기기. 출산 가방이라니!


집에 돌아와 다 돌아간 빨래를 건조기에서 꺼내 정리하다가, 다음 달까지 기다렸다가 할 게 뭐냐 싶어 수납장 아래쪽 두 칸을 깨끗이 비우며 정리를 했다. 선물 받은 내복, 배냇 저고리, 속싸개 등 조리원 가기 전 빨래해 둘 것들을 넣어둔다. 남편이 퇴근하면서는 사무실에 있던 공기청정기를 집에 가지고 왔다. 식사를 마치고는 우리 침대 옆에 아기 침대를 놔봤다. 가지고 있던 건 지인이 넘겨준 이동용 아기 침대라 위치와 사이즈를 보려고 한 번 펼쳐본 것인데, 기분이 정말 묘해졌다. 임신한 티도 안 날 때 받은 아기 침대였기 때문에 그때는 감사하기만 했지. 오늘은 비어있는 이 침대에 내 뱃속 아기가 세상 빛을 보고 누워있는 상상이 절로 되어, 줄자를 가지고 이리저리 치수를 재는 남편 뒤에서 멍하게 서 있었다.


어젯밤에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갑자기 배가 홀쭉해진 거다. 내 옆에 아기도 없는데 말이다. 허전해진 배를 만지면서 꿈속에서 엉엉 울어서, 실제로는 잠을 많이도 설쳤다. 정말 우리 아가가 궁금하고 보고 싶은데,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만큼의 불안함과 막막함도 커져가고 있었나 보다.

당장의 출산부터 육아,  남편과 만들어가야 할 또 다른 챕터와 그 안에서 잃지 말아야 할 나 자신.

잘할 수.. 있을까?


밤이 깊으니 또 조금 배고파졌다. 배가 홀쭉해진 꿈은 그저 배고파서였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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