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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08. 2024

이십구일. 몸

크루아상 샌드위치


새벽 여섯 시, 남편이 뒤척이며 일어나서 나도 잠이 살짝 깼다.

자세를 바꾸려고 조금 움직였더니 배가 땅기고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악 소리날만큼 아프진 않았지만 전에 못 느껴본 찌릿함이라 당황스러워 잠이 확 깨버렸다. 그 뒤로 미세한 찌름이 느껴졌지만 이내 사라져 남편이 출근한 다음 다시 조금 잘 수 있었다.


이제 태아는 슬슬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머리를 아래쪽으로 돌리고 점점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그래서 이때쯤부터 산모들은 ‘밑 빠지는 듯’한 통증을 비롯해 치골과 아랫배가 아프단다. 우리 아가도 분명히 머리는 아래를 향하고 있기는 한데 아직은 많이 안 내려간 상태라 태동은 배꼽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아기가 돌지 못하고 역아 상태인 경우도 꽤 많기는 하지만 아기는 분명 혼자 최선을 다해 몸을 돌려보려 했을 것이다. 엄마는 모유를 만들기 위한 몸의 변화로 가슴이 부풀고 유륜이 짙어진다. 생물 교과서에서나 보던 이 일련의 과정이 내 몸 안과 밖에서 일어나고 있고 인위적 방법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변화가 신비롭다고밖에 표현이 안 된다. ‘인체의 신비’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임산부가 되고 보니 어떤 체형이든 여성의 몸이 한결 아름다워 보인다. 특히 필라테스를 하다 보면 제각각 다른 길이와 모양을 가진 산모들의 몸을 보게 되는데, 키가 작든지 크든지 몸집이 어느 정도인지 가슴이 얼마만 한 지 하등 중요하게 보이지가 않는다. 다들 화장기 하나 없이 머리도 대충 묶고 운동을 하지만, 중심부에 아기를 두고 이를 보호하며 움직이는 예비 엄마들은 그저 아름답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출산한 엄마들도 편한 운동복이나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있어도 처녀 때 나도 모르게 생각하던 ’추레함‘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여전히 소셜미디어와 방송은 출산 후에도 날씬하게 ‘관리‘한 여성들이 주목받지만, 또한 건강상 본인에게 적정한 몸을 되찾아야 함은 옳으나, 완벽한 몸만이 완벽함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렇게 바뀐 나의 시각은 나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싶은 일종의 면죄부가 아니냐고 해도 상관은 없다. 각자의 몸은 같고도 또 다르게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바질 페스토를 바른 싱그러운 여름의 크루아상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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