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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Jan 14. 2020

20_단짠 고민하지 마 두 가지 넣어줄게

가츠 샌드위치&귤산도

돈가스용 돼지고기를 잘못 주문했다.

온라인으로 신선식품 주문을 하다가 이전 주문 내역도 그대로 체크가 되어있어 같이 온 거다.

왜 가격도 안 보고 결제를 했지, 이러니 온라인 쇼핑이 위험하다.


그래도 뭐, 못 먹을 것도 아니고,

 지난번과는 다른 돈가스를 만들어 도시락 싸주면 되지. 하하


 

양파 큰 거 두 개반을 잘게 썰어 넉넉한 올리브유에 달달달 볶아서 볶을수록 달달 해지는 양파 졸임 Caramelized Onions을 만든다.

소금을 쳐서 중불에서 볶다가 레드 와인을 조금 넣고 약불로 20여분을 졸이듯 볶아준다.

달콤한 양파 향과 와인향이 집안을 채우는 오후.

양파 두 개만  해도 되려나 싶었는데 세 개를 했어도 됐겠다.

한 냄비를 30분 넘게 했는데 나온 양이 이거라니,

조금 허무한데 맛을 보니 진득하니 괜찮다.

돈가스 전처리를 해 둔 돼지고기.

파슬리와 카얀 페퍼, 소금 후추로 살짝 간을 했다.

에어 프라이어가 생겨서(쓰지 않는 언니가 넘겨줬다) 요새 웬만한 튀김요리는 에어프라이어가 담당하고 있다. 물론 기름 맛이 없는 결과물은 기름에 튀긴 것과 다르지만 시간 없을 때 이용하면 정말 편하기는 하더라.

생각보다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이 새롭고 자그마한 기계에 놀라는 중(혼자 뒤늦게)

오늘은 빵식!

곡물식빵을 구운 다음 꿀을 섞은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꼼꼼히 바른다.

깻잎 위에 마요네즈와 소금, 후추로 살짝 뒤섞은 양배추 위에

 따끈하게 나온 돈가스를 올린 다음 정성의 양파 졸임으로 마무리.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달콤이 버전으로

하얀 식빵에 하얀 생크림을 듬뿍듬뿍 올린 다음,

유일하게 집에 있던 과일인 귤을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 올린다.

딸기나 청포도 키위 등 예쁜 과일이 며칠 전만 해도 있었는데 하필 똑 떨어진 날이라..

남은 생크림을 덧바른 뒤 다른 한쪽 식빵으로 덮어 잘 랩핑 한 뒤 잠시 냉장해두기.

그 사이 돈가스 샌드위치를 완성해두고, 2단 후식도 챙겨놓는다.

이미 준비를 끝낸 동생이 식탁 앞에 앉아 있길래 시리얼과 우유를 내줬다.

미안, 아침식사까지 미처 준비를 못 했으..


샌드위치 싸고 가장 즐거운 순간, 속살 들여다보기.

세상 간단하게 만드는 산도인데 색감이 예쁘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왜 귤 단면이 두 개가 다른 거지? 내가 올릴 때 방향을 잘못 올렸나? 역시 아침이라 정신없나 봐"

혼잣말을 중얼중얼이니 

동생이 "뭐라는 거야, 엄마 닮아가네 혼잣말하는 게"


지금에야 사진을 보니 나는 분명히 제대로 올렸는데

자를 때 귤이 돌아간 건가...?

돌아버린 .

응?


도시락 통에 넣으니 잘 안 들어가서 산도 양끝을 잘라내고

돈가스 샌드위치도 욱여넣는다.

삶은 달걀도 넣어야 되는데 자리가 없어.

누나의 마음이야 꾹꾹 넣어주고 싶은 마음.

그러느라 산도 망가진다...

돌아버린 귤이 이제는 튀어나오려고 한다.

사진만 찍고 달걀은 2층으로 보내줌.

2단에는 견과류와 사과, 베일리스 초콜릿.

딱히 넣을 게 없드라고.

귀여운 레드비트 주스도 동봉합니다.




그리고 같은 메뉴 나의 브런치 시간.

반 쪽씩 남은 샌드위치와 삶은 달걀,

나는 고소한 아몬드 우유랑 함께.


보통 돈가스 샌드위치에는 우스터소스로 만든 돈가스용 소스를 바르는데,

그 대신으로 넣은 양파 졸임이 소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레드와인 넣어서 조금 더 색이 나서 샌드위치에 넣으니 덜 예쁘기는 하지만 말이다.

엄마 아빠도 맛보시라도 하나 더 만들어둔다.

하얀 식빵 좋아하는 아빠라서 요렇게.


식구들 모두 빵빵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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