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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Feb 09. 2020

24_마지막 도시락

아무 반찬=모든 반찬


24번째를 마지막으로 동생을 위한 도시락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라고 하니까 굉장히 거창하지만, 나름대로는 일주일 동안 고민하고 하루 전날 전처리, 당일 새벽 한 시간 가량 정성을 다한 2단 도시락들이다. 이는, 단순하게는 직장인 동생을 위한 일주일에 한 번 쏟는 애정이자, 그것을 핑계 삼아해 보는 내 머릿속 작은 고민들이고 다른 생각을 잠시 않는 즐거운 노동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취미로 즐겨왔던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고자 프랑스행을 결정했다.

글자 하나하나를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지금 이 곳은 공항. 이륙 시간을 한 시간 앞둔 시각이다.

알고 있다. 요리 유학이라고 답은 아니란 거,

제대로 경험을 쌓기도 전에 지쳐 떨어질 수도 있을 거고 좋아하는 건 역시 취미로 즐겨야 했다는 후회 할 수도 있다는 거. 소소하게 도시락을 만드는 걸로 만족했어야 했지,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일단 가보는 거다.


그렇게 출국을 앞둔 주의 도시락은,

가장 묵직~하게

넣어줄 수 있는 건 다 넣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넣은 이름 짓지 못하는 아무 도시락.

배합초를 섞은 기장밥에 검은 통깨를 버무려 베이스로 깔아줬다. 잘못해서 깨를 한 움큼 넣어버려서 쌀 반 깨 반이 되었더랬다.

엎지른 깨, 되담을 수 없다...

찬으로 올릴 여러 가지 재료들 준비.

다시마물과 설탕 약간으로 달달하게 만든 달걀말이,

불고기 양념으로 볶은 삼겹살,

데친 새우,

튀긴 두부,

그리고 초록을 담당할 브로콜리와 새싹채소.

군데군데 놓아주고 실고추로 마무리.

밥에 간을 꽤 해서 찬은 고기 말고는 거의 간이 없다.

고기를 대패삼겹살로 색을 좀 더 연하게 할 걸, 아쉬움이 조금 남는.

초콜릿 쿠키를 만들려던 계획은,

전날 친구들과의 거한 송별회로 무산되었기에

있는 달다구리로 채워주었다.

파리로 가져가려고 산 내 견과류 박스에서 하나 꺼내 간식으로 챙겨주고.

탄산수도 마침 하나 있군.

마지막이니까 예쁜 백에 담아줘 본다.




이륙 준비 중


다시 만나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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