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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Oct 03. 2019

아빠의 핑계_이건 술이 있어야지!

사실 듣고보면 모든 음식에 술이 필요한 아빠

아빠는 올해 간암 완치 판정을 받으셨다.

수술 이후 5년동안 재발없이 적정한 상태를 유지하면 의학상 '완치'를 하사해주는데, 

물론 앞으로 항상 조심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치만 우리 아빠의 술에 대한 애정은 정말이지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큰 수술을 겪으신 뒤 수술자국이 떡하니 경고문처럼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전에 비하면 음주량이 반에 반도 안 되지만, 안 드시는게 제일 좋지 않겠는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금주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행하시고 계시지만 

스멀스멀 한 두잔씩 자꾸만 따르신다,

 요즘.



마셔야하는 핑계는 다양한듯 하지만 항상 똑같다.

"이 음식엔 이 술이 필요하지!"


아빠, 점심은 선지 해장국이요~

"그러면 막걸리 한 잔 있어야지!"


오늘 저녁은 저수분으로 요리한 수육이에요!


"그러면 진한 레드와인과 한 번 곁들여 보는게 어때?"



외삼촌 내외가 오셨으니 부추전, 두부선 특별히 예쁘게 해봤어요 아부지

"그렇다면 모처럼 모였는데 맥주 한 잔 해야지?"


"엄마 생신이니까 축하주 한 잔 안하면 섭하지!!"


주말 낮,

오랜만에 파스타가 드시고 싶으시다던 아빠.

시판 로제소스 반만 넣고 볶은 김치와 우유를 살짝 더 넣은 퓨전소스 만들었다.

(사실 전날 김치볶음밥 하고 남은 매운소스가 조금 남아서 같이 볶을 요량으로)

프랑스에서 사온 파마산 치즈 개시도 해드렸다.

사진 한 장 찍는 사이 반찬은 치워버리고 급하게 와인 꺼내신다.

와인잔도 아니고 주스잔에 따르신다.

"아부지, 대낮인데..."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야, 조화가 중요하지! 파스타에 와인이 빠지면 되겠어?"

지당하십니다.


내가 해외생활 할 때 식사 사진을 올릴때면 

아빠의 코멘트는 대부분이 술을 포함한다.

'그 요리엔 이 술을 마셔야지~ '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덧글들.


한국으로 휴가를 올 때면 본인이 마시지 못할 것이라는 건 알아도

와인이나 위스키를 사다달라고 하신다.

우리집 장식장에는 못 마신 술이 가득하다.





미식가이신 아빠가 내가 하는 요리를 잘 드실때면 정말 기쁘다,

무슨 요리를 하든 너무 맛있다며 칭찬일색인 엄마인반면

솔직한 아빠의 평가는 때때로 긴장도 된단말이지.

그런 아빠가 입에 맞으신다고 어울리는 술을 곁들이시려 하면 좋으면서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뭐 사실은 알고있다,

어떤 음식과도 아빠는 어떤 술도 즐기실 수 있는 거...

그렇게 좋아하시는 반주를 무조건 막기보다는 음식이라도 조금 더 건강하게 해드리려 노력한다.

간을 세게 드시기도 해서 부러 조금 약하게 간을 하거나 천연조미료에서 맛을 내려고.


아부지,

하루 한 잔 넘기지는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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