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

랍스터 죽이기

by 파리누나


요리를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순간들.

눈 가리고 아웅, 인건 잘 알지만 고기는 도축된 후 만지기 때문에 '죽인다'는 느낌이 덜하다.

물론, 자그마한 조류일 경우는 체 떨어지지 못한 털이 남아있는 전체 고기를 손질하느라 마음이 편치는 않다.


지난주는 5주간 다양한 고기를 배운 다음 파트, 해산물 주간이었다.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제거하는 기본 생선 손질을 배운 첫날, 붉은 피에 적응해야 했다.

생선 뼈를 이용해 육수를 내기 위해서는 쓴 맛을 내는 눈알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 느낌이 좋을 리가 없다.


그리고 몸값이 금값인 바닷가재, 랍스터 여러 마리가 든 커다란 통이 놓여있던 아침.

남학생들은 장난감이라도 되는 듯 하나씩 들고 싸우는 시늉을 한다.

랍스터와 같은 갑각류는 살아있는 채로 오지 않으면 신선도가 완전히 떨어지는 터,

움직이는 녀석들을 빠르게 조리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조리 방식은 몇 가지가 있으나 기본적인 것은 머리와 꼬리를 분리한 뒤 내장을 빼고,

집게발을 떼낸다. 새우처럼 등에 있는 기다란 내장도 꼭 빼야 쓴맛이 나지 않는다.

다른 방식으로는, 끓는 물에 바로 넣어서 익히는데 이때도 집게발은 산 채로 먼저 떼어낸다. (몸체보다 훨씬 두꺼운 집게발이라 삶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


내 도마에 살포시 올려둔 랍스터. 셰프의 설명을 들으러 간 사이, 파닥파닥 몸부림을 크게 쳐서 거의 떨어질 뻔했다. 랍스터의 단단한 껍질이 도마 위에서 생사를 두고 부딪히는 소리가 크고도 생소해서 심장이 벌렁거렸다. 요리를 배운다는 자존심에 주방에서 '꺅'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가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어찌나 크게 파닥거렸는지 뒤집어져버린 랍스터를 조심히 들어 배를 도마 쪽에 깔고 등을 쓰담쓰담 진정시켰다. 물구나무서듯 랍스터를 거꾸로 세워 등을 쓸어주면 잠자듯 조용해지는데, 이것이 요리사가 랍스터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자 마지막 배려다.

하지만 살살 달래고 나서 손질하려니 마음이 더 약해져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내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이 녀석도 마지막 힘을 짜내 버티는 듯 꼬리가 안으로 더 말려들어간다.

머리와 꼬리가 두 부분으로 나뉘고 나서도 움직이는 꼬리를 애써 무시하며 내장을 뺀다.

실감하는 '죽이기' 순간이다.


수년간 해산물 전문 파인 다이닝에서 다양한 생선을 마주해온 담당 셰프는 신선한 생선이 배달되어 오면 눈이 빛난다. 그리고 아주 정성스럽게 아기 다루듯 손질을 하는 그런 사람.

"생명체를 죽인다는 것에 무감해지지 않아도 된다. 다루는 재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요리사는 절대 좋은 요리사가 아니니까. 기술은 늘리되 심장은 언제나 오늘처럼 뜨겁길 바란다, 앞으로도."

팔팔한 장어를 몇 마리나 잡았던 밤에는 거대한 장어가 자기를 칭칭 감은 악몽을 꾸기도 했다는 셰프다.

작은 마음의 사투를 벌였지만 랍스터 껍질이 뿜어낸 맛을 담은 랍스터 버터의 풍미,

탱글탱글한 살덩이를 맛보면 미안함과 죄책감은 어디 갔는지 자꾸만 손이 간다.

수많은 맛을 탐험하는 사람으로서 채식주의자로 전향할 용기는 없다.

신선한 채소를 만질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데도, 고기가 금세 아쉬워지는 얇디얇은 마음.

그러니 적어도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존중은 잊지 말아야지,

감사는 꼭 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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