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의 고민
2024년 1월만 벌써 4번째 출장이식을 위해 타병원에 방문했다.
이로운 선생과 만난 부산행 열차를 시작으로 두건의 뇌사간이식, 두건의 생체간이식을 도와서 진행했다. 사실 이번에 방문한 4번째 건은 2번째 생체 이식환자의 재이식이었다. 혈관문제가 있어 동맥혈관이 불안했는데, 역시나 막혀서 간이 제기능을 하지 못해서 재이식 등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승압제의 오랜 사용때문인지 대장천공으로 응급수술을 하였고, 장루까지 뽑힌 상태로 간신히 버티고 버티고 감염이 조절될때 쯤 재이식을 위한 뇌사자선정이 이루어졌다.
다행히 경기도에 있는 병원이라 빠르게 준비하고, 정규근무를 마치고 타병원으로 향했다. 혈관이 또 걱정이 되어 뇌사자의 혈관까지 구득해오고, 혈관문합까지 긴장속에 무사히 수술은 진행되었다. 다행히도 저녁 9시쯤 시작된 수술은 새벽3시경 주요과정이 마무리되었다. 재이식인데다가 대장천공으로 인해 뱃속이 엉망이어서 많이 씻어내고 했음에도 장의 부종이 잘 가라않질 않았다. 게다가 젊은 여자환자인데 간도 큰걸 받은 편이라 배가 잘 안닫힐 가능성이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배가 닫히지 않을 만큼 공간이 부족했고, 이를 타개할만한 인공근막도 없는 상황이었다. 배를 1시간넘게 모아서 닫아보았는데, 공간이 부족해서 compartment가 생겨서 갑자기 vital 이 안잡히기 시작했다.
"선생님 pressure가 걸리는지 saturation도 안잡히고 BP가 더 떨어집니다"
마취과 선생님이 급박하게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부분봉합한 곳을 다 뜯어내고, 배를 나중에 닫는 이차봉합을 하기로 하고, 어차피 장도 한번 터졌던 환자라, 무리하게 인공근막으로 닫았다가 감염이 되는 것도 문제이니, 장비닐과 saline bag으로 덮고 vaccum과 아이오반을 이용해서 임시봉합을 하였다. 이전에도 경험이 있었고, 이걸로 소아는 논문까지 썼던 지라 잘 아는 방법이기도 했다.
다만 음압을 걸자마자 배 공간이 부족해서인지 환자의 saturation이 떨어지고 혈압도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JP drain을 통해 natural drain만 하고 좀더 붓기가 빠지만 음압을 슬슬 걸어보기로 하고 나갔다. 장은 뱃속에 넣어두긴 했지만, 재이식까지 하고 배까지 열린 상태로 ICU로 향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간이식 수술자체는 잘되었는데...
이때가 새벽 6시반이었다. 나는 이렇게 돌아가면 되지만, 이 환자를 계속 봐야하는 선배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수술을 할 기회를 이렇게 스스로 늘려가며 출장도 다니고 있지만, 집도의로 다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일반 임상의사로 꼭 돌아가야하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안 좋은 환자가 생기면 집에 와서도 걱정이 되어 발뻗고 잘 자지 못하는 성격인데, 지금처럼 가정과 나의 개인적인 일에 충실할 수 있을까. 지금 처럼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많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생각과 함께 우리병원으로 출근을 하러 차를 타고 나오는데 네비를 찍어보니 길 중간중간이 노랑색,빨간색이 아닌가...이시간에 막힌다고?자유로와 내부순환로를 이용하는 코스다 보니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이 새벽에도 이렇게 많은가 보다. 졸음이 쏟아지는 걸 참아가며 병원에 도착한 후 정규근무를 시작했다.
나이가 점점 들며 느끼는 것은 50대,60대가 되어서도 이렇게 밤을 새며 수술을 하는 것은 건강에 정말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고, 최근 몇몇 선생님께서 갑자기 지병으로 돌아가신 걸보며, 몸을 갈아서 일을 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틀 동안 몸이 말이 아니었는데, 예전엔 밤을 어떻게 매일같이 샜는지 모르겠다. 체력이 회복하고 나니 선배로부터 환자가 조금 회복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주엔 배를 닫을 수 있을 듯하다고...재이식이고 젊은 환자인 만큼 무사히 회복하길 빈다.
지금처럼 환자의 생명과 서젼의 수명을 맞바꾸는 이 시스템이 언제까지 돌아갈진 모르겠지만 뭔가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보인다. 나처럼 개인이 선택을 하든, 전체 시스템이 바뀌든 ... 그렇지 않으면 이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은 머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