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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luJ Jan 13. 2024

몬트리올, 워홀 하기 괜찮은 곳일까

워홀러들의 끝없는 고민거리


결국, 다 장단이 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하고 네이버 카페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초기가 생각난다. 캐나다에 연고도 없고 여행으로도 밟아보지 못했던 낯선 땅에서 살아보기란 두려운 반, 설렘 반이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지원하면서 기다리는 많은 예비 워홀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캐나다 어느 지역에서 1년을 보내야 하는가'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 검색해 나름 몇몇 지역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캐나다가 우리나라 면적에 몇 배가 되는지 알고 있는가? 큰 대륙일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면적의 약 44.7배나 큰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검색해서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캐나다 내에서 지낼 지역을 고르는데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내가 처음 선택한 지역이 나와 맞지 않아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다른 주에 정착하고 적응하는데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처음 캐나다 몬트리올에 와서 밴쿠버로 여행을 계획했다가 걸리는 시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같은 나라에서 다른 주로 이동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지 체감하게 된 것이다. 예상외로 비싼 비행기 값과 숙소비 그리고 시차까지 달라버리니 거의 다른 나라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각 주마다 조금씩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고, 세금도 다르고, 날씨도 다르니 말이다. 


워홀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도시는 우리가 많이 아는 밴쿠버 또는 토론토이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큰 도시이기도 하고 아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대도시이기도 하다. 이미 한국인 워홀 선배들과 이민자들이 닦아놓은 길이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도 미리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 회사들도 꽤 들어와 있고 한국식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인프라가 거진 다 갖춰져 있는 큰 도시이기 때문에 많은 워홀러들이 이 두 도시를 워홀 지역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나는 남들과 다르게 몬트리올을 나의 워홀지로 선택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많이 살아 본터라 한국인이 많은 곳에 살고 싶지 않았다. 처음 딛는 캐나다 땅이 주는 새로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퀘벡주는 캐나다의 유럽이라고 불릴 만큼 유럽식의 건축물도 많이 보존되어 있을뿐더러 영어보다는 불어를 더 많이 쓰는 지역이기도 하다. 불어를 하지 못하면 직장 잡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퀘벡주에서 살아가는데 불어는 필수이다. 유년시절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몇 년간 배운 불어를 다시 사용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연고도 없는 캐나다 몬트리올을 나의 1년 워홀지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사는 곳이 다 그렇듯 몬트리올도 다 나름에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일단 장점은 큰 도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퀘벡주 만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건축물만 보아도 다른 주보다 훨씬 유럽 스러운 빌딩을 많이 볼 수 있다. 전형적인 북미 스타일의 목조 건물들보다 유럽풍의 석조 건물들을 더 많이 보기 때문에 산책하며 다양한 옛날 건물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종종 일상히 따분하다 느껴질 때면 옛 건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주택가로 마실을 나가곤 한다. 산책하며 부동산 앱으로 주택 가격을 종종 찾아보곤 하는데 2층으로 된 주택들이 대부분 20억 이상 정도 한다. 우리나라 서울 아파트 값을 생각하면 이런 프라이빗한 동네의 2층짜리 역사가 있는 석조주택을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어차피 그 정도의 돈이 없으니 고민거리도 아니다.


또 다른 장점은 축제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여름철이 시작되면 정말 많은 문화 예술 공연들이 길거리에서 펼쳐진다. 국제 재즈 페스티벌, 국제 불꽃 축제, 빛의 축제 등 다양한 야외 축제가 개최되는 것뿐만 아니라 태양의 서커스 본사가 몬트리올에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서커스 공연도 쉽게 볼 수 있다. 

몬트리올 불꽃놀이

2023년 여름에 집 앞에서 봤던 불꽃 축제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 당시 집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로 에어비앤비 임시 숙소에서 지냈는데 집 호스트가 '한 번 집이랑 가까운 다리에 가서 불꽃놀이 구경을 해 보라'며 알려줬었다. 동네에서 그냥 조촐하게 하는 불꽃놀이겠거나 하며 마실 겸 나가봤다. 정말 많은 경찰들과 소방차까지 대동될 정도로 큰 축제였던 것. 불꽃 축제가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사람들은 캠핑 의자를 가지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집이 가까운 사람은 아예 집에서 쓰는 식탁의자를 가져오기도 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화려한 불꽃놀이를 감상하던 몬트리올 한여름의 온도, 습도, 공기 모든 게 낭만적인 순간이었다. 


몬트리올은 겨울이 길기 때문에 겨울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길게 많이 누릴 수 있다. 운 좋게 2023년 겨울에는 쇼트트랙 월드컵 경기도 직관할 수 있었다. 저렴한 티켓비용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을 직접 보고 응원하는 재밌는 경험이었다. (이날 중국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몬트리올에 사는 많은 중국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좌석을 잘못 예매하는 바람에 나는 그 구역에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나름 우리나라 선수들을 위해 응원했는데 '짜이요! 짜이요!' 응원소리를 이길 수는 없었다는 후문...)


토론토과 밴쿠버에 비하면 생활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최근 들어 이곳으로 주를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전 세계가 물가상승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도 과거보다는 집 렌트비, 외식비, 식료품비 등 모든 가격이 올랐지만 그래도 밴쿠버와 토론토에 비해서는 아직은 살만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번 밴쿠버 여행을 하면서 렌트비를 찾아봤는데 몬트리올에 비해 확실히 비싸긴 했다. 같은 평수의 집을 렌트한다고 가정했을 때, 밴쿠버 렌트비가 몬트리올에 비해 기본적으로 약 1.5배 정도 비싼 것 같았다. 캐나다의 생활비를 미리 계획하고 오지 않는다면 초반 정착비로 텅장이 될 경우도 있으니 혹시 이 글을 보는 예비 워홀러가 있다면 만약을 대비해 여유자금을 잘 준비해 오길 바란다. 


이렇게 장점들이 있는 반면에 단점들 역시 있다. 먼저 몬트리올은 퀘벡주에 속해있기 때문에 불어를 못하면 사회에 속하기 쉽지 않다. 위에서 말했듯이 직장 잡기도 물론 쉽지 않다. 일반적인 서비스직 일을 구하려고 해도 불어가 되지 않는다면 채용되기 쉽지 않다. 반면 프랑스어와 영어 둘 다 능통하다면 그만큼 또 직장 잡기 좋은 곳이 아닐 수 없다. 나 또한 기본적인 불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위해서는 기본보다 더 수준을 끌어올려야 했다. 몬트리올 다운타운에 살 경우, 영어만 써도 사실 사는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영어도 안되고 불어도 안 되는 상태에서 이 땅을 밟는다면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퀘벡주는 다른 주에 비해 세금률이 높은 편이다.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쉬 콜롬비아 주는 12%, 토론토가 있는 온타리오 주는 13%, 몬트리올이 속해있는 퀘벡주는 15%이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못 모르고 물건 가격만 보고 샀다가 나중에 계산할 때 세금이 붙은 가격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 가격을 미리 알았으면 구매를 안 했을 정도로 좋게 말하면 높은 세금 덕분에 타의적 미니멀리스트가 됐다. 캐나다 대표 브랜드인 룰루레몬 제품을 산다고 했을 때, 같은 제품이라도 각 주의 세금률에 따라 최종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세금이 몬트리올에서 워홀을 하는데 단점이 될 수 있다. 


몬트리올은 한국에서 직항으로 운행하는 비행기가 없다. 한국인 수요가 많은 밴쿠버, 토론토는 직항이 있지만 몬트리올은 토론토나 밴쿠버에서 혹은 미국을 경유해지만 갈 수 있다. 최근에는 캘거리에도 직항 노선이 생긴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캘거리 지역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이민을 목적으로 넘어간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한국에서 몬트리올을 가기 위해선 다른 주보다 시간을 더 들여야 하고 항공료도 더 든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초반에 기대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긴 해도 개인적으로 몬트리올 삶에 만족한다. 하지만 불어를 일절 못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만큼 불어 능력이 이곳에서 얼마나 빨리 자리를 잡고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워킹홀리데이는 말 그대로 일도 하면서 홀리데이도 즐기는 것이 워홀의 주된 취지인데 일자리를 잡지 못해 수중에 돈이 없어서 즐기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출국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캐나다 시급이 우리나라보다 높기 때문에 워홀로 많은 돈을 벌어서 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오는 예비 워홀러들도 있는데 돈 모으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시급이 높지만 그만큼 세금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수중에 쌓이는 금액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사실!


해외살이를 위해 들여야 하는 초기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일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돈부터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 주머니가 여유롭지 않은 상태 사람에게는 워홀 기간이 스트레스로 가득 찬 우울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로 워홀을 하고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블로그나 브이로그를 보면 '포기하고 한국 갑니다' 또는 '역이민 합니다'와 같은 내용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캐나다 어느 지역이든 살아내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 또한 다른 나라에서 해외살이를 해봤지만 캐나다는 또 캐나다만의 좋은 점과 힘듦이 있다. 이렇듯 어느 나라든 어느 지역이 든 간에 다 장단이 있기 마련이다. 


캐나다 워홀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워홀러와 처음 이곳에 정착하는 예비 이민자들은 본인의 목표를 더욱 뚜렷하게 하고 캐나다 땅에 발을 딛길 추천한다. 나 또한 나름의 사전 서치를 많이 했었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시나리오별 플랜들도 짜고 왔지만, 내가 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세상살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살이는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고 다른 나라에서 배우지 못했던,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겪게 해 준 고마운 나라이다. 벌써 워홀기간의 반이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남은 6개월도 새로운 경험들로 가득 채워 가길 희망한다. 


어느 지역에서 살지 고민하기 전에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내가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가 정해진다면

지역 선정하는데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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