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luJ Feb 17. 2024

미니멀리스트의 탄생

캐나다 물가 덕분에 물욕이 사라졌다



미니멀리스트, 필요이상의 것을 소유하지 않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들만 소유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돼서 알고리즘에 이끌리어 여러 축구영상을 보다가 손흥민 선수의 다큐인 '손세이셔널'이라는 프로그램을 다시 보게 되었다. 손흥민 팬이라면 궁금해할 그의 영국의 집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집은 생각보다 텅텅 비어있었다. 딱 필요한 가구들만 놓여있었고 불필요한 인테리어는 보이지 않았다. 그 역시 집을 소개하면서 굉장히 심플하게 인테리어를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영향도 있는 것 같지만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정말 심플 그 자체의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것 같았다. 


캐나다에 집을 구하고 가구를 들이는데 나 역시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라이프 패턴이 나에게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걸 깨달았다. 워낙 미니멀리스트를 주제로 다룬 영상과 다큐가 많아서 어떻게 살아가는 게 미니멀리스트의 삶인지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캐나다로 오고 나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일단 한국에서 캐나다로 넘어올 때, 내가 가져올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필수템들만 골라서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짐이 많을수록 그만큼의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많은 옷가지들 중에서 가장 많이 입는 것들, 특별한 날에 입어야 하는 옷들 예를 들면 면접용 정장, 격식을 맞춰야 할 상황에 입어야 하는 의상 등 최소한으로 몇 가지만 추려야 했다. 화장품들도 꼭 써야 하는 것들만 추렸는데, 안 쓰고 처박아둔 화장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을 싸면서 알게 됐다. 대충 필수템들을 추려 짐을 싸고 나서 돌아본 나머지 짐의 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한국 집에 남아 있는 짐들은 결국 그것 없이도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했고, 불필요한 것들에 얼마나 지출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해 주는 계기도 되었다.


그렇게 캐나다로 넘어오기 전, 1차적으로 내가 안 쓰는 것들을 정리했다. 


집을 구하고 가구를 들이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살던 것처럼 다 갖추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가구들만 구매했다. 침대도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샀고, 의자도 내가 쓸 의자만 구매했다. 바리바리 싸 온 옷들도 옷걸이를 최소한으로 구매해 매일 입는 옷들로 정리를 해놓았다. 정말 필요한 옷들만 싸가지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캐나다에 도착해서 보니 그중에서도 잘 입는 것과 안 입는 것이 또 나뉘게 되더라. 현재 반년째 몬트리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내가 실질적으로 입고 있는 옷들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월급날이면 회사에서 묶여있느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소소한 소비를 했었다. 더 돌려 입어도 되는 회사용 옷들도 회사 동료가 새 옷을 입고 오거나 새로운 패션아이템을 가져온다면 괜스레 나도 새 옷, 새 가방을 사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 고민이 소비로 이어지기도 했었다. 해외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상하게 한국 사회에 다시 돌아가게 되면 남 눈치를 그렇게 보게 된다. 안 그랬던 지인들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니 다들 새로운 명품백이며 고가 브랜드의 옷이며 하나둘씩 장만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는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인데, 이상하게 그 사회에서 튀기 싫어 그 사회에 맞춰 살려고 했던 것 같다. 


캐나다에 와서 남 눈치를 보지 않고 살 수 있음에 굉장히 자유로움을 많이 느낀다. 높은 물가 때문에 공산품을 안 사 게 되는 이유도 있지만 굳이 필요이상의 것을 소비해야 할 이유가 없어서 인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버렸다. 음식도 딱 필요한 것들만 구매한다. 이전에는 먹고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저장해 놓듯이 살았다. 결국 계속 안 먹는 음식은 쌓이게 되고 유통기한이 지나 결국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되었었다. 반면 지금은 딱 필요한 것들만 사서 먹고, 최대한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요리해서 먹으려고 한다. 더 이상 냉장고에 불필요하게 쌓이는 것들이 없으니 냉장고 관리가 편해졌다. 


이렇게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간소해지니 관리하는 것도 훨씬 편해지고 내가 생각하는 더 가치 있는 일들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개인적으로 만족해하며 살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싶지만 당장 가지고 있는 것들을 처분하는데 귀찮음과 막막함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일단 실행해보시라고 말하고싶다.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 촌캉스를 통해 배운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