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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luJ Feb 16. 2024

캐나다 촌캉스를 통해 배운 것

수익 파이프 늘리는 방법

차를 빌려 익숙해진 퀘벡주를 벗어나 온타리오주로 떠났다. 빽빽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던 도심을 벗어나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니 몸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느낌. 1시간 반정도 달리니 높은 건물들은 띄엄띄엄 보이고 넓은 평야만 보이기 시작했다. 전날 눈이 온 덕에 하얗게 펼쳐진 논밭들과 한국에서는 대관령에서나 볼 수 있는 풍력 발전기들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곳은 바로 농촌지역에 farm-stay를 할 수 있는 자그마한 하우스.

공유숙박어플을 통해서 찾은 팜스테이 숙소는 내가 생각한 그대로 북미 스타일의 목조 주택이었다. 집 앞에 차를 주차해 놓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지만 너무나도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는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호스트가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이 공간을 꾸몄을지 상상이 갈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었다. 빈티지 가구들과 이케아 가구들이 믹스매치되어 잡지표지에 나올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이쁜 공간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니...



한국 시골초가에서 촌캉스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캐나다 농촌스테이는 어떨지 궁금했었다. 숙소 바로 앞에는 염소우리가 있었고 집 앞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호스트 개가 두 마리나 있었다.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다소 큰 녀석들이었지만 한 마리는 어린 검정 레트리버였고, 다른 한 마리는 내가 잘 모르는 종이 었지만 갈색털을 가진 아이였다. 사람들을 너무 좋아하는 호스트의 개들은 우리를 반겨주었고 개들을 만지며 놀아주는 시간 자체가 힐링이었다. (레트리버가 아직 교육이 덜 되어있어 지나치게 반긴다는 게 나름의 단점.) 


이 숙소에 하이라이트는 바로 '퇴비 화장실'이다. 친환경적으로 설계된 화장실로 볼일을 본 후 물대신 톱밥으로 처리해야 하는 변기였다. 뉴스에서 잠깐 스쳐가듯 들어본 기억은 있지만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던 터라 당황했다. 호스트는 친절하게 어떻게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적어놓았고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갔다. 

볼일을 본 후, 옆에 놓여 있는 톱밥 반숟가락을 뿌려줄 것! 


뻥 뚫려있는 변기를 보고 있자 하니 그 안에 내용물들이 언뜻 보여 눈을 게슴츠레 떠야만 했다.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처음 써보는 신문물에 약간의 이질감은 있었다. 팜스테이가 아니었더라면 평생 경험해 보지 못했을 법한 화장실 경험이었을 것 같다. 퇴비 화장실 말고도 이 숙소의 친환경적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전등이 태양열 에너지로 작동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저절로 꺼지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밤 9시가 되자 저절로 전등이 꺼지고 정말 전기가 필요한 구간만 따로 전기 설치를 해 놓은 것 같았다. 


이 고요한 시골 마을에 염소소리만 간헐적으로 나는 이곳에서 팜스테이를 하고 있으니 저절로 이 집주인이 팜스테이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집 앞에 농장 이름이 있길래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흥미로운 정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가 3명인 이 여성 호스트는 원래 정말 소규모로 닭 몇 마리와 염소 2마리로 가족 농장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농장을 시작한 비전가족들에게 신선하고 고퀄리티의 유제품, 계란, 고기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렇게 작게 시작한 가족 농장은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추가적으로 닭과 염소를 더 키우기 시작했다. 닭과 염소를 키우면서 얻게 되는 고기, 계란, 염소우유를 판매하기도 하고 염소우유를 주재료로 수제비누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양봉도 작게 하고 있는데 밀랍으로 만든 포장지도 디자인해 판매하고 있고, 염소 털을 이용해 만든 세탁용 볼도 제작해 판매한다.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수제비누 원데이 클래스도 하고 있었다. 소그룹으로 신청받아 본인의 스튜디오에서 염소 우유로 만드는 수제비누 만들기 강의를 종종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는 것이 바로 이 숙박업! 남는 공간을 꾸며서 사람들에게 농촌 스테이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작은 가족 농장에서 시작된 그녀의 비전은 정말 많은 갈래로 나뉘어 수익 창출을 하고 있었다. 호스트의 비전과 스토리를 알게 된 후 느낀 것은 삶을 사는 데 있어 먹고사는데 즉, 수익을 만드는 데 있어 너무 좁게만 생각하고 있던 나 자신에게 많은 깨우침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캐나다 농촌에 와서 하루 힐링을 하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지만 팜스테이를 하면서 배운 것은 바로 그녀의 수익 창출 파이프 늘리는 방법이었다. 이전에는 그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 승진하고 더 많은 연봉과 높은 직급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수익창출의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해외생활을 하면서 이런 좁은 사고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수익을 만드는 데는 회사원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도 있고 팜스테이의 호스트처럼 소규모로 시작해 여러 갈래로 수익 파이프를 늘려가는 것 또한 다른 방법이라는 것. 


이번 팜스테이는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다양한 갈래로 비즈니스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자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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