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377권의 책을 읽은 어느 초등학생의 비밀 4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진짜 선생이다. - G. 바슐라르
입에서 단내가 났다. 아이에게 책을 그렇게 읽어주었다. 그래, 문맹을 탈출할 때까지만이다. 글을 알게 되면 스스로 읽을 것이다. 나는 믿었다. 나의 아이에게도 곧 독서독립이 찾아올 것이라고. 나의 고행은 아이가 한글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만이라고.
무슨 근거로 그렇게 믿었을까. 7살이 되고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 가면 가. 나. 다. 라부터 배운다지만 학교 이름부터 교무실, 보건실, 도서실 등 공간의 모든 것이 한글로 되어있다. 안 그래도 낯선 학교라는 곳에 아이를 문맹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글을 가르치면서 희망을 품었다. ‘이제 곧 혼자서 책을 읽겠지. 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겠지. 보고 싶은 소설도 좀 보고. 늦둥이 재우느라 놓친 드라마도 좀 봐야지’
참으로 우스운 희망이었다. 가나다라 좀 읽는다고 책을 혼자 읽을 수 있다고 믿다니. 나야말로 문맹이었나 보다. 이중모음. 이중받침.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앉아서 한 줄 읽다 엄마~ 두줄 읽다 엄마~ 차라리 옆에 앉아 있는 게 나을 거 같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기대했던 나는 엄마를 자꾸 부르는 아이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대체 한글을 배웠는데 왜 혼자 못 읽는 거야. 영어책도 아닌데. 답답한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이 자꾸 아이에게 드러났다. 대체 독서독립은 언제 하는 거야. 알고 싶었다. 나는 또 책을 찾았다.
독서독립은 습관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어 아이 스스로 책을 펴는 것이다. 나는 글을 몰라 내가 읽어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은 모두 혼자서 책을 읽는 줄 알았다. 그리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이에게 짜증을 낸 것이다. 참으로 무지한 엄마. 이렇게 나의 책육아에 또 한 번의 좌절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