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표정은 무슨 의미였을까
오래간만에 현실로 돌아온 후에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꿈을 남겨보려고 얼른 글을 쓴다.
심지어 아주 "익사이팅 서스펜스 판타지" 역작의 줄거리 같은 이번 꿈은 '소설로 남겨야 하나?'고민이 될 정도이다.
정확한 시작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꿈속의 나는 동료들과 함께 지구를 지켜야 했다.
촌스러운 쫄쫄이 옷은 없고, 이미 성년이 되어 각자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친구들이었다.
나도 마찬가지.
그런 평범한 일상 속, 조용히 악당(?)을 처리하던 우리는 결국 종말을 일으킬 적을 만난다.
고열로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뭐, 지구 중심부만큼 뜨거울 온도의 공격을 하는 적.
그런 설정이 담긴 '그'는 마법 공격조차 녹여버리니, 이번에는 정말 종말이었다.
우리(동료들)는 열을 이겨낼 옷을 구입하려고 한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웃긴데? 저런 옷을 살 수 있는 지구였다면 종말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여기서 잠깐, 조금 웃긴(물론 꿈에서는 진지한) 장면이 나온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을까, 우리끼리 보물 찾기를 하자는 제안을 한 것.
보물은 각자의 현금 20만 원.
우린 총 4명이었으니 모두 찾으면 100만 원으로, 금액이 정확하게 기억난다.
종말 전 마지막 발악 같은 게임이었을까?
아무튼 우리는 각자 20만 원을 5,000원부터 5만 원까지, 다양한 금액으로 묶어 '우리의 아지트' 곳곳에 숨긴다.
현생에서도 보물 찾기를 잘하는 나는 꿈에서조차 꾀를 부려 보물의 90% 이상을 차지했고, 한 동료를 서러움에 울음이 터진다.
설마 내가 다 가지겠냐며 결국 함께 나눠 가진 후 열에 강하다는 그 '특별한 옷'을 구입했다.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아마도 모든 일이 끝난 후 우리는 녹아 없어져버릴 싸움을 맞이하러 간다.
그 직전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으니, 꿈에서까지 생생해서 나를 안달 나게 한 엄마가 적에게 붙잡혀 세뇌당하고 있었던 것.
적과 마지막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세뇌당한 엄마가 먼저 튀어나와 적을 지키며 나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난 세뇌가 닿지 않는 '우리의 아지트'가 들어 있는 지퍼 주머니에 엄마를 숨긴다.
혹시나 숨어 있는 엄마가 다칠까 봐, 아니면 공기가 답답하거나 심심할까 봐 공기청정기부터 스마트폰, TV, 포근한 이불 등 생각나는 족족 필요한 물건들을 쏟아 넣고 계속 엄마를 살핀다.
엄마는 그저 '괜찮아.' 그 외의 말은 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 물건을 집어넣고 '특별한 옷'을 입은 나를 지그시 쳐다볼 뿐.
자, 이제 꿈은 거의 다 끝나간다.
주머니 속 엄마와 눈앞의 뜨거운 적을 바라보며 묻는다.
"괜찮아?"
대답을 듣는다.
"괜찮아."
꿈속의 엄마는 곧 죽을, 지구를 위해 희생될 영웅 '나'를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표정은 내가 아는 엄마의 '슬픔'이라기엔 조금 달랐다.
씁쓸하고 내려놓은, 지쳐버린 것 같으면서도 서글픈 표정.
어떤 의미일까?
고민과 함께 꿈은 끝난다.
난 뜨거움을 느끼지도 않았고, 아직 죽지도 않았다.
그리고 '꿈속의 나'도 여전히 그 싸움에서 죽지 않았을 거란 이상한 확신이 느껴졌다.
희생된 사람이 우리 영웅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그리고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었다고 꿈속의 내가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