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긴.
곧 12월이라는 말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2월까지 쉴 수 있지만 3월부터 다시 어떤 책임을 지고 일하게 될 것인지는 지금 선택을 해야 했다.
제대로 고민을 시작한 지는 한 주 정도 되었고, 그 결과는 예상한 대로다.
긴 운전을 하면 운전과 관련 없는, 한 마디로 지금 당장은 쓰잘데 없을 생각이 번졌고 없던 멀미가 났으며 소리 내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
간단히 말하면 다시 불안 증상이 도지는 것이고, 병원이든 치료든 뭐든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일상이 이렇게 된 도화선, 2024년 1월, 그날에는 어떻게 생각했더라.
사실 고민하는 척하는 것이지 그 답을 안다.
정신과 진료와 약은 2주 치 임시방편으로 생각했었고, 당연하게도 나는 의사가 아닌지라 그 처방은 틀렸다.
(위에 쓴 글이 정말 두서없다는 것은 알겠다.)
임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 조금은 급하다 싶게 약을 줄이고 있음에도 대략 2년 동안 약을 먹어 왔다.
다행히 약을 먹어야 할 정도라고 바보같이 좌절하고 우울했던 시기는 지났다.
그냥 평생 관리해야 할 알레르기 같은 것이 생겼을 뿐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이없게 증상이 다시 나타날 줄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다시 약을 늘릴 생각은 없고, 의사 선생님에게 솔직하지만 굳이 심각하게 이야기할 필요까지는 없는 단계 같으니 말이다.
원래의 자리로 복직할까, 아니면 새로운 자리로 이동할까.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원래의 자리.
짜증 날 정도로 천직인 나의 직업, 내가 해야 할 일과 가장 가까운 자리로 돌아가면 사실 모든 것이 좋다.
자신이 없을 뿐이다.
다시 돌아간 곳에서 이미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내가 동료들 앞에서 고개를 들고 서있을 수 있을지, 그들이 원래 '나'라고 생각하는 내 모습을 충족시킬 자신이 없고, 어느 정도 꾸며낸 모습도 있다는 것을 알아 더 자신이 없다.
새로운 곳으로 가면 그 불안은 덜 할 것이다.
기대라는 것이 없는 새로운 동료들과 새로운 일, 손가락이 정신없이 바쁘고 어깨는 결릴 행정 업무를 맡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없고, 그냥 자신 없어서 가는 도피처일 뿐이다.
급한 성격으로 뭐든 빠르게 결말을 내리던 전에 대비하여 이번 고민은 너무 질질 끌리고 있었다.
뭐든 최선의 선택이 되겠지 생각하려 해도 정확하게 뭣 때문에 고민이 아직도 끝나지 않는 것인지 나도 모른다.
내 안에, 더 깊숙한 곳에 진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도통 모르겠다.
의견을 구하려 해 봤자 나 자신도 모르는 것을 누가 알까.
진심과 가식을 적절히 섞어야 할 일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걸까 싶지만 어느 곳으로 가도 그건 필요한 일인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오늘도 고민 해결은 실패했다.
전날 밤, 오래간만에 바다나 보러 가야겠다고 다짐했고, 원하는 카페까지 1시간 10여분이 걸리는 것까지 확인하고 잠을 청했다.
꿈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나름 푹잤고, 그냥 평소처럼 일어났는데 지독하게 나가기가 싫었다.
오래간만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손가락만 움직여 소설을 켰고, 일단 생각을 멈췄다.
가지 말까?
더럽게 가기 싫다.
그런데 지금 가기 싫은 곳이 진짜 바다가 맞는지, 그냥 일어나는 게 되지 않아서인지, 돌아가야 할 직장을 떠올렸기 때문인지 아리송했고, 꾸역꾸역 일어나 일단 씻었다.
불안하고 우울할 때 어떻게든 씻는 것 먼저 해야 한다는 모든 의사들의 조언은 약보다도 강한 처방인 것을 이제 안다.
앞동에 찐빵을 사다 주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겨우 차를 몰았고, 중간중간 보이는 눈에 익은 카페 간판들이 멈춰 서서 그냥 오늘도 대충 시간 때우다 가라고 유혹해 댔다.
그렇게 바다에 있는 카페(마르)까지 꾸역꾸역 오면서 글 위에 있는 별짓을 다 했던 것이다.
다행히 돌아가는 길은 목적이 '집'이니까 아까만큼 힘들진 않을 것이고, 손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찐빵이 들려있을 테니 걱정 없다.
이걸 글로 옮겨 두겠다고 꾸역꾸역 태블릿을 켜 타자를 치고 있는 나를 칭찬하고 이제 찐빵을 사러 가야겠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