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쌓인다
책의 시작에서 저자가 말한다.
"당당하게, 품위 있게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현재를 살아가면 좋겠다."
쇼펜하우어의 말을 단편적으로, 그러니까 살짝 흘겨보면 '내가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느라 고통스러웠구나.'로 끝나버릴 수 있겠다. 아니면 낮은 지성에 따라 본능대로 움직였기 때문인가 자책하거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책을 모두 읽은 후, '쇼펜하우어의 생각은 너무 허무해. 지겹고 우울한 발상이야.'라고 생각했던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이전에 이 철학자를 짧게 소개한 책만 읽고 빠른 결말을 내 버린 바보였다.) 살아있는 한 끝없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고통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연이니, 어떻게든 '지금'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개성을 찾으라는 목소리가 머리를 강타했다.
최근 관심을 두고 공부했던 '수용전념치료'에서 강조한 바와 유사했다. 쇼펜하우어 또한 내 '생각' 속에 남겨둔 과거와 '생각'으로 만들어 둔 미래가 아닌, 실체가 있는 '현재'를 바라보도록 조언한다. 책을 덮고 머리를 정리하고 있는 카페 안, 오후 5시 1분의 나의 욕망은 뜨거운 히터 아래가 아닌 바깥의 시원한 겨울 공기를 마시는 것이라 할 때, 이 기록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 숨 한 번만 들이쉬어도 찰나의 행복을 얻는다. 그리고 금새 차가워진 손은 따뜻한 실내를 찾아 헤맬 것이다.
"삶은 진자처럼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결핍과 권태, 따뜻하지만 뜨겁고 건조한 공기와 시원하지만 추운 공기, 그 사이에 끼어 버린 나. 그 사이 찰나의 행복. 어쩔 수 없는 이 무한의 굴레에서 행복의 정의를 어디에 둘 것이지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혹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즐기는 방법을 찾던가.
삶이 너무 팍팍하여 웃음도 사랑도 귀하다. 나에게 주어진 찰나의 귀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즐기길 바라는 정도로 시작해보고 싶은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불과 몇달 전까지 행복이 무슨 감정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온갖 여행지를 돌아다니던 울보가 아닌가. 그러니 더더욱 해야지 어쩌겠나 싶다. 짧게 만들어진 웃음과 사랑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강한 내면이 될 것이니 말이다.
대충 한 마디로, 좋은 책을 읽고 다시 힘을 내 보겠다라는 작은 다짐. 날 위한 응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