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 시점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이유 없는 긴장감과 손떨림.
식은땀과 체한 것 같은 울렁감, 그리고 우울에 대해 고민했다.
매월 주기적으로 다니는 병원 진료 때, 이 증상도 말한 적이 있었나?
아차, 나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고민은 전문가에게 맡기자.'
웬일로 적절한 결론을 빠르게 내리고 병원에 가는 날만 기다렸다.
병원 진료일.
휴직 이후의 진료는 언제나 요즘의 기분, 휴직으로 바뀐 일상에 대한 확인으로 시작한다.
말씀 못 드린 것이 있다며, 최근 한두 달간의 증상을 이야기했다.
잠은 잘 자는지, 우울감이 어떻게 찾아오는지에 대해서도 여쭤보셨다.
잠은 생각 못 했는데, 대충 생각해 봐도 못 잔다.
그래도 다시 수면제를 추가하기는 싫어서 잠에 대해서는 대충 얼버무렸던 것 같다.(이러면 안 된다.)
정말 '대충 잠은 자요.' 이렇게.
내가 약 증량에 대한 걱정이 있다는 걸 아저씨도 아는 지라 더는 말씀 안 하셨고, 불편할 정도로 잠이 오지 않거나 너무 많은 꿈으로 잠이 방해되면 그때 말씀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위 증상에 대한 이야기.
고민이 되셨는지 잠시 어색한 침묵이 있었고, 약 변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에도 대안이 있듯, 약에도 순서가 있는데 1번 약이 잘 안 맞았으니 2번 약을 써보는 것.'이라는 친절한 말속에 내가 뭘 싫어하고 무서워하는지 다 안다는 말도 들려오는 것 같아 부끄러우면서도 감사했다.
약이 바뀌니 좀 더 빨리 보자며 평소보다 빠르게 진료일을 예약하고, 혹시나 불편함이 생기면 언제든 전화하라는 익숙한 당부를 듣고 진료를 마쳤다.
웃긴 얘긴데 난 정신과 약 증량과 변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일을 할 땐 빨리 나아야 하는데 왜 약이 점점 늘어나는지에 대한 불안.
그리고 현재, 정말 큰맘 먹고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뺐다.
제한된 생활비에 대한 걱정과 혼자 일하는 남편에게의 미안함이 가득한 상황에서 약 증량이나 변경이 있으면 '쉬는데도 왜 안 낫지? 그럼 도대체 뭘 더 할 수 있는 걸까?' 불안할 뿐만 아니라 낙담하게 된다.
병원 아저씨, 남편과 동생까지 약에 크게 신경 쓰지 말라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게 약 변경 후 2주가 된 오늘, 증상이 바뀐 것 같다.
고작 2주지만 위에 적힌 증상들은 거의 느끼지 못했고, 다만 종일 따라붙는 피로와 불면증이 생겼다.
무려 새벽 6시, 동이 트는 것을 보고 잠들기도 하지만 거지 같은 긴장감(그리고 따라붙는 불안, 갑갑한 숨, 울렁임과 떨림)과 밑도 끝도 없는 우울이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그리고 식욕이 좀 떨어진 거?
괜찮다. 너무 괜찮은 2주였다. 세상에.
변한 하루를 깨달은 오늘, 구름 많은 하늘조차 솜사탕처럼 보인다.
오랜만에 창을 열고 분수물 떨어지는 소리를 즐겨본다.
2번 대안에 대한 진료를 본 후 혹시나 3번 대안을 먹게 되더라도 불안할 필요는 없다는 걸 드디어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