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초록

무거운 비가 내리던 정원

2017.06. 이시카와 정원여행 - 겐로쿠엔

by 빛샘

예전에 일본 3대 정원이란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곳들을 가보자 생각했다. 2년 전에 고라쿠엔(後樂園)을 갔었고, 언젠가는 가이라쿠엔(偕樂園)과 겐로쿠엔(兼六園)을 가보기로 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2017년이 되었고, 나머지 두 정원 중 겐로쿠엔을 먼저 가보기 위해 도야마행 비행기를 탔다.


이번 일본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겐로쿠엔을 보는 것이었고,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겐로쿠엔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날 일기예보를 보니 이시카와현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것 같았다.






겐로쿠엔은 입구가 여러 군데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가나자와 시청과 가까운 쪽 입구에서부터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점차 굵어졌고, 평소 같았으면 잔잔히 흘렀을 것 같은 시냇물도 제법 빠르게 흘렀다.





빗방울이 제법 둔탁한 소리를 내며 풀잎들을 두들기고 있었다. 시냇가와 연결된 작은 호수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고라쿠엔처럼 탁 트인 느낌보다는, 큰길 사이의 숲길이 많아서 마치 산에 오르는 느낌이 좀 더 강했다. 그런 와중에도 일본 정원에서 흔히 보던 호수와 정원 벽면의 빽빽한 나무들이 보였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시들어버린 지 오래인 철쭉과 붓꽃들이 보였다. 철쭉은 한창 저물 시기인지 곳곳에 시든 꽃들이 가득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더 예쁜 광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비가 오는 날씨에 시든 꽃들의 모습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이 정원에도 중앙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어쩌면 여기도 배가 돌아다녔을지도 모른다.

호수에는 빗소리가 가득했고,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여러 각도로 호수의 모습을 담았다. 고라쿠엔에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좁게 담기보다는 넓게 담는 것에 더 집중했다.





여름 일본에는 수국을 기대하고 갔는데, 막상 겐로쿠엔 안에는 수국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보이던 수국은 출입 금지 구역 안에서 연꽃처럼 피어있었다.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걸으며 다른 호수로 향했다. 사람이 꽤 많았지만 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어서 걷는 동안은 마치 나 혼자 이 곳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덧 한 바퀴를 거의 다 돌았다. 정원을 걸을수록 빗줄기가 더 굵어졌고, 사진에서도 그게 보이더라.

무언가 아쉬워서 못 가본 사잇길들을 더 돌아보기로 했다.





주변에 산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정원도 아기자기한 느낌보다는 거대한 산 하나를 압축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에선 계곡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물소리가 들렸다.







비 오는 날에는 레인커버를 끼고 촬영을 한다. 아무리 렌즈가 방진방습이 되고, 렌즈회사 유튜브에는 자기네 렌즈가 비를 맞아도 끄떡없다는 점을 홍보하지만 아무래도 안심이 안돼서. 레인커버들이 거의 대구경렌즈에 맞춰져 있다 보니, 작은 렌즈에 레인커버를 씌우면 레인커버가 렌즈 시야를 가린다. 그래서 이번 일본 여행에는 록시아렌즈를 가져가지 못했다. 조금 더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렌즈가 이 정원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조금은 아쉬웠다.


과연 일본 3대 정원이라 그런지 비 오는 날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 프리웨딩을 찍는 커플도 있었고, 가이드와 함께 무리 지어 다니는 인파들도 간간히 보였다. 우산이나 우비 때문에 배경에 사람이 있으면 더 거슬리더라.


겐로쿠엔은 도야마 공항보다는 고마쓰 공항에서 더 가깝다. 도야마 공항에서 내렸다면, 도야마 역에서 겐로쿠엔까지 바로 가는 고속버스가 있으니 그걸 타고 가면 된다. 대략 한 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오는 것 같았다. 이시카와현에서 출발하면 더 가깝게 올 수 있을 것이다. 새벽에도 개장하니 시간이 여유가 된다면 새벽에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날씨가 맑다면 떠오르는 아침 빛 아래에서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Kenrokuen(兼六園)



w_ A7R2, SEL35F14Z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_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