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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Sep 03. 2017

늦여름

8월, 아침고요수목원

갑작스레 서늘한 날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작년 같았으면 이맘때도 절망적인 수준으로 더웠는데, 아침에 창문을 열면 서늘함이 느껴진다. 가을이 다가오기 전에 올해 늦여름을 담아두고 싶은 마음에 이날은 조금 익숙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겹도록 막히는 길들을 지나 아침고요수목원으로 향했다. 








입구 주변엔 무궁화들이 많았다. 내가 무궁화를 볼 때마다 유독 호박벌이 자주 꼬이는 느낌이다. 





낮게 내려온 배롱나무꽃과 능소화도 이제는 막바지인 모양인지 듬성듬성 꽃잎이 빠져 있었다. 





보통은 덜 핀 모습으로 마주하던 비비추나 그 비슷한 꽃들은 거의 활짝 펴서 저무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 사진을 찍고 일주일 후에 집 주변을 보니 모든 비비추 꽃들이 떨어져 있더라.


 



이날은 유독 하얀 꽃들이 내 눈에 띄었다. 흰 꽃의 디테일을 살리면서 밝은 느낌이 들게 하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곤충사진을 좋아하진 않지만, 우연히 큰 나비가 내가 사진을 찍는 꽃에 앉더라.



아직은 그래도 흰 꽃보단 화려한 꽃들이 더 많다. 너무 강렬해서 사진이 과하게 찍힐 정도로 화려한 꽃들이 많았다. 





해가 기울어가는 만큼, 정원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여름이 끝나감을 느낀다. 



 


아직은 여름꽃이 많지만, 자세히 둘러보니 가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곧 이곳에도 국화가 가득한 시간이 오겠지. 






요즘은 '매번 나갈 때마다 더 좋은 결과물을 얻어올 수는 없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주 나가는 만큼 나갈 때마다 더 많은 것들을 얻고 돌아오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날은 이런 것들을 신경 썼다. 

- 풍경도 괜찮은 곳을 가지만, 일단은 마크로렌즈만 

- 너무 늦게 가지만 않았다면, 늦여름과 초가을이 교차하려는 조짐을 담아보기

- 일정 컷 수 이상 반드시 찍고 돌아오기 


무언가 조건을 제한하면서 사진을 찍어보면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사실 매번 같은 사진을 찍으려고 나간다고 해도 정원이 주는 편안함과 사진이 주는 재미가 변하지는 않는다. 어떤 계절이든 나름의 모습이 있고, 많이 나가는 만큼 이전에 못 봤던 것들을 더 볼 수 있어서. 






w_ A7R2, Sigma 180mm F2.8 APO macro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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