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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Oct 10. 2017

느린 공기/빠른 풍경

10월, 국립수목원

나는 항상 환절기만 되면 이제 계절이 바뀐다면서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다가, 느리게 변하는 바깥 날씨 덕분에 이전 계절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곤 한다. 10월 초/중순 시점인데도 아직도 여름옷과 선풍기를 다 집어넣지 못하고 있는데, 주변에는 가을꽃들이 피어나고 나뭇잎 색이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조금 위쪽으로 가면 가을을 더 빨리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날은 국립수목원으로 향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목원 가운데에는 작게 꾸며놓은 정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시기 국립수목원에서 볼 수 있는 꽃이 몇 종류 없는데, 여기에 가장 많은 종류의 꽃들이 보였다.





이 시기 국립수목원은 개미취/해국류같이 잎이 얇고 보랏빛 꽃들, 노랗고 꽃잎이 짧은 국화목 꽃, 흰색 또는 핑크색 넓은 잎을 가진 국화목 꽃들이 주로 보인다. 봄에는 철쭉이 파도치듯 뒤덮고 여름에는 무궁화가 눈 쌓이듯 피었는데, 가을이 되니 국화목 꽃들이 길 양옆에 낮게 깔려 있었다.





관목원과 옛날 화목원 근처 지역은 봄의 모습은 사라지고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11월에나 볼 법한 광경이 보이더라. 공기는 마치 아직도 9월 초처럼 더운데, 주변 모든 것이 공기에 비해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는 것 같았다.





올해도 시간이 이만큼 흘렀다.





약용식물원 근처는 늦게 피는 꽃들과 시들어가는 풀들, 열매를 맺는 것들이 뒤섞여있었다.





서서히 붉고 노란빛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도시에도 단풍이 들면, 여기는 이제 겨울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10월 초중순임에도 기온이 25도를 넘나들 정도로 덥다. 8~9월의 25도는 설레발을 치게 만들지만, 10월의 25도는 아직도 계절이 바뀌려면 멀었다는 막막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기온이 어떻든 풍경은 이미 가을이다. 변하고 시들어가는 광경을 보며 올해도 끝을 향해 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꽃 종류가 봄이나 여름보다 다소 적어서 아쉬웠다. 가을이나 겨울에 이 곳을 들를 거라면, 마크로렌즈보다는 넓은 렌즈를 들고 오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더라.







w_ A7R2, Sigma 180mm F2.8 APO macro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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