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물향기수목원
매년 이때쯤이 오히려 낮에는 사진을 찍기 힘들어지고 밤에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때보다 더 버티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아직 식지 않은 여름의 뜨거움과 새로운 계절에 대한 기대감이 섞이는 시기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이제야 밤에 창문을 열고 자면 에어컨까지는 필요 없어지는 시기가 왔고, 마침 오랜만에 날씨가 선선해지는 느낌이 들어 밖을 나섰다.
이날은 해가 넘어갈 때의 분위기를 담고 싶어서 일부러 조금 늦게 출발했다.
여름꽃과 가을꽃이 서로 바뀌는 시기다. 늦여름의 배롱나무와 나무수국이 아직까지 남아있었지만 곧 가을꽃들이 주변 빈자리를 메워나갈 것이다.
조금만 더 지나면 비비추와 무궁화도 내년에나 볼 수 있을 모양이다.
일부 구역은 리뉴얼이 진행 중인지 햇빛을 다 가려버릴 정도로 우거졌던 세콰이어숲이나 다른 몇몇 구역들이 조금은 듬성듬성해진 것이 느껴졌다. 나무가 비어버린 공간을 오후 햇빛이 대신 채워주고 있었다.
기울어져가는 빛이 잎들을 통과하며 번지는 느낌을 주거나, 풀과 나무 끝을 마치 촛불처럼 밝히고 있었다.
매일같이 빛이 서쪽으로 기울어지듯 올해도 이렇게 계절 하나가 지나간다.
폐장을 알리는 방송은 잠시 귀 뒤로 넘기고, 떨어지는 햇빛에 빛나는 것들을 천천히 바라보다 나왔다.
수목원 구석에 접근 제한시설처럼 되어있던 온실이 최근 리뉴얼 중인 모양이다. 7월 완공으로 안내되었지만 한창 막바지 작업 중인 것 같고, 근시일 내로 새로운 온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업하는 동안 폰카로 작업을 하시는 분과 마주쳤는데, 마침 나도 폰카를 좀 쓰다 보니 이제는 작업에 쓰일 만큼 폰카의 성능이 올라갔음을 체감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각종 액세서리로 주렁주렁 달아야 했던 광각/망원 화각마저 이제는 폰에 붙어 나오는 요즘 세상에서, 점차 정지된 사진 작업을 위한 저성능 카메라는 설자리가 아예 없어진 지 오래임을 다시금 느꼈다.
Sony A7R2
Sony FE 40mm F2.5 G (SEL40F25G)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