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고요수목원의 여름

늦여름 정원은 가을이 되는 중

by 빛샘

갈 때마다 각오하고 가는 교외의 정원들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도 그중 한 곳이다.

청평역 근처에 있는데, 경춘선을 타고 꽤 들어가는데다가 역에 내려서도 배차가 1시간짜리인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 다행히 문 닫는 시간은 일몰 전까지 이므로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것을 각오한다면 꽤 오래 머물다 갈 수 있다.



한택식물원을 갔을 때도 느끼는 거지만, 내가 아는 근 만원에 가까운 입장료를 받는 교외의 정원들은 갔을 때 실망하진 않았다. 언제나 좋은 사진을 담아올 수 있었고, 풍경이 꽤 예뻤다. 오고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문제지. 가끔은 도심에 이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여기는 옛날에 내일로 여행을 다니다가 처음 알게 되었다. 7월 한여름에. 그때는 D1H에 50.8 달랑 들고서 비 오는 날에 잘도 그 무거운 카메라를 가지고 찍었더란다. 남자는 니콘이지 역시.



그때는 비옷도 입지 않고 우산만 달랑 들었는데, 그 무거운 카메라로 굳이 사진을 찍겠답시고 꽤 기묘한 자세로 돌아다녔더란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새로운 카메라를 샀다.

문득 예전에 갔던 곳들을 다시 가보면 어떨까 했다. 5월달에 두물머리를 처음 가보는 길에, 여기를 들렀다.



이때도 나는 50mm 화각대의 렌즈를 들고 갔다. A7로 sonnar fe 1.8/55만 썼었다. 처음에 50mm 단렌즈로만 찍었던 곳이라, 왠지 다시 가서도 50mm 화각으로 담고 싶었다.




이걸 찍고 근 1년 반 만에 또 여길 갔다.


또 여름에 갔고, 또 50mm 렌즈를 챙겼으며, 또 대중교통으로 여길 갔다.

한여름에도 가봤고, 초여름에도 가봤으니, 이제는 늦여름에 가보면 어떨까 했다. A7R2에 loxia 2/50과, sel90m28g를 챙겼다. 여길 올 때마다 챙겼던 50mm화각은 당연히 가져갔고, 마크로렌즈를 샀으니 꽃을 좀 제대로 찍어보고 싶었다.


분명 윗 사진은 햇빛이 쨍쨍이었는데



이 날은 구름이 엄청 많았다.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보였고, 가끔 햇빛이 구름 사이로 들어왔다. 이런 날씨는 빛이 변덕스러워서 한 장소에서 기다렸다가 포기하고 가려고 하면 빛이 좋아져서 다시 되돌아오는 일이 많이 생긴다.


계절이 바뀌는 중이라, 아직 국화들이 덜 피어 있었다. 여름과 가을 꽃들이 공존하고 있더라. 군데군데 정원이 공사 중이었고, 가을 꽃들은 이미 심어져 있거나 심겨질 준비 하고 있었다.


90마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화질은 정말 압도적이다. 예전의 55za를 보는 느낌.


이 날은 빛도 시시각각 달라지는데, 바람이 밖에 꽤 불었다. 산이라 그런가 날이 흐려져서 그런가 싶었는데, 어쨌든 접사 찍을 때 바람이 불면 안되니까 마크로렌즈는 실내에서만 썼다.


늦여름의 입구 근처 온실은 국화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아직 완전히 다 피어있진 않더라.




입구 근처의 온실을 지나, 고산지대 온실로 갔다. 주관람로는 경사가 별로 안 급하지만, 고산지대 온실로 갈 때가 좀 많이 오르막이다. 제이드가든이 생각났다.




고산지대 온실은 대부분의 풀과 꽃이 작다. 그리고 실내인데 바람이 분다. 접사를 찍기에는 좀 많이 불리한 조건이다. 근처 정원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한 식물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물론 주변에서 볼 수 없다 보니 평소에 어떻게 찍으면 예쁠까를 생각해 볼 기회가 없이 처음 마주쳐서 약간은 당황스럽다.



운행종료한듯


가는 길은 제법 구불구불하다. 무대 근처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간혹 빛이 좋은 순간과 마주할 때가 있다.



자작나무의 광합성


교회건물 근처의 정원은 계절마다 꽃이 다양하게 바뀐다. 이름을 잘 모르겠는 꽃들과, 맨드라미들이 심어져 있었다.


난 아직도 교회건물을 잘 못 찍겠다. 광각을 가져오면 조금 나을까.



이런 풍경이 아침고요수목원의 매력인듯



처음 올 때도 느낀 거지만, 이 정원은 다른 곳들과는 달리 동양적인 느낌을 매우 강하게 준다. 건물은 한옥이니까 당연히 동양적일 테고, 연못과 폭포, 주변 식물 배치가 '디자인된' 서양 정원과는 달리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을 준다. 주변을 산이 둘러싸고 있는 곳이라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가을st


국화들은 아직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꽃이 피어 있지는 않았다.


한국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장 깊은 정원에서 나와 중앙으로 가는데... 왠 뜬금없는 서양식 정원이 있었다. 동양적인 분위기가 다른 정원보다 매력적인 곳이었는데, 요즘 트렌드 때문인지 최근에 서양식 정원이 생겼다고 한다. 직전에 한국정원을 보다가 갑자기 서양 정원을 보니 뭔가 새로웠다. 벽돌 건물과 낮은 길, 화려한 꽃들이 피어 있었다.





밤에 축제를 하는 기간이 있는데, 대중교통으로 움직이는 내겐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다른 날 다른 풍경일 때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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