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R2 + loxia 2/50, sel90m28g와 코스모스한 하루
요즘 여기 저기서 가을이라고 하더라.
작년까지만 해도 늦여름 더위가 굉장히 심해서 10월은 가서야 이제 좀 살만하다 싶었는데. 요즘은 웬일인지 낮이 그렇게까지 덥지는 않다. 물론 작년보다 덥지 않다 뿐이지 여전히 덥고 햇빛은 따갑다.
흔한 제철 꽃이 피는 출사지 중에는 올림픽공원도 있다. 요즘 한창 여기저기서 코스모스들이 한가득이라고 사진들이 올라오길래 나도 한 번 가봤다. 늘 가던 곳만 가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도 가보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나 올림픽공원은 사람이 많다.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와서 자전거도 타고, 사진도 찍고, 개 산책도 시키고, 데이트도 하고, 웨딩 스냅도 찍고 있었다.
그리고 북서쪽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코스모스 꽃밭이 있었다.
이미 몰려오는 구름들 때문에 빛은 매직아워의 황금빛은 아니었고 보통의 흐린 날 저녁 빛이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요즘은 다들 셀카봉을 들고 오는 탓에 찍어주세요 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꽤 괜찮다.
코스모스는 줄기는 가느다란데 꽃이 엄청 넓게 핀다. 한 뿌리에 여러 송이가 피는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작은 바람에도 엄청나게 흔들린다. 가뜩이나 입김 수준의 바람으로도 난이도가 두 배는 올라가는데, 대놓고 바람이 불면 답이 없다. 무작정 바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든가, 셔속을 올리든가, 아예 작정하고 흔들리는 컨셉으로 가든가 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내가 그동안 접사를 찍을 때는, 피사계심도 범위 내에 내가 원하는 피사체가 모두 들어와야 좋은 사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스택 마크로 기법을 보면서 굳이 높은 심도를 유지할 필요는 없겠구나 싶었지만, 이 기법은 삼각대가 필수라서 포기.
여러 해외작가들의 레퍼런스를 찾아다니다가, Yukie Wago 작가나 Miki Asai 작가나 Eileen Hafke 작가처럼 마치 추상사진을 대하듯 한 피사체 내의 특정 지점만을 골라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를 최대개방급으로 날려 버리는 이미지들을 찾게 되었다. 왜 여태껏 마크로는 무조건 조이고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싶었다. 요즘 저런 스타일 위주로 레퍼런스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내 사진이 뭔가 이전보다 더 지저분해 보인다.
위 사진들은 바람이 멈추길 기다렸다가 후다닥 찍었다. 심도를 올려봐야 5.6을 넘지 않았다.
이 꽃은 황화코스모스라고 하더라. 꽃술이 마치 보석반지마냥 툭 튀어나와 있고, 잎이 마치 겹꽃처럼 나는 것이 특징인 듯했다. 노란색과 주황색을 봤음.
이 보라색 꽃이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코스모스다.
중간에 가우라 꽃밭도 있길래 잠깐 담아봤다.
보통 무리 지어 피는 꽃들은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참 헷갈린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무리 지어 피는 꽃들을 넓게 잡을 때는, 아예 풍경 구도로 멀찍이서 조리개를 조여 찍거나, 초점 맞는 영역 앞쪽에 흐려지는 물체들의 배치를 골라서 최대개방 위주로 찍는 편이다. 화상 앞쪽보다 조금 먼 곳에 초점을 잡고, 앞쪽에 배경이 흐려지는 물체들을 이리저리 배치해 본다. 그리고 뒷배경도 날려주고. 초점을 맞출 피사체는 꽃밭 속을 살펴보다가 적당한 군집이나 한 송이를 잡는다.
아니면 하늘과도 잘 어울리니, 아예 언더로 쪼그려 앉아서 하늘이 나오게끔 찍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람이 꽃보다 많은 코스모스 꽃밭이었다. 최근에도 그렇고 가을 내내 코스모스 사진들이 여러 SNS에 올라오겠지.
덥지만, 이제 진짜 가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