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초록

가을과 겨울 사이 물향기수목원

시드는 것마저 아름답게 담을 수 있다면

by 빛샘

수능날은 의외로 춥지 않았다. 보통 수능일을 기점으로 겨울 아우터로 바꿔 입는데, 올해는 별로 안 추워서 그냥 좀 더 가벼운 옷차림을 더 즐기고 있다. 최근 2주 동안 계속 쉬는 날만 되면 비가 왔다. 꼭 올해 들어 쉬는 날만 되면 비가 오는 느낌이다. 빗속을 거닐며 찍는 사진도 괜찮지만, 마침 비가 온 김에 밀린 게임... 과 밀린 집안일을 했다. 가을과 초겨울이 원래 게임하기엔 딱 좋은 계절이라.


그리고 너무 공백기가 길어서 어떻게든 이번 주가 시작되기 전까지 비가 오면 그냥 비가 오든 말든 나가려고 했는데 마침 비가 그침.


이날은 물향기수목원에 갔다.

여기는 대중교통으로 오기 편한 곳이다. 오산대역에서 5분 남짓 걸어가면 바로 수목원 정문이다. 오산대역까지 가는 게 멀어서 문제지. 입장료도 싸고, 휴식공간도 많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도 국립수목원과 마찬가지로 숲 구역과 정원 구역이 분리되어 있다. 처음에 35mm 렌즈 하나만 들고 갔을 때 광각이든 접사든 다 아쉬워서 이날은 sel2470z와 시그마 180mm macro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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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겨울느낌이다. 이제 겨울이긴 하다.



항상 나무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제 단풍도 막바지 분위기고 보이는 풍경은 겨울 느낌이 났다. 하지만 이날 단풍을 보겠다고 사람이 엄청 많았다. 내가 여태껏 왔던 날 중 이 날이 가장 사람이 많았다.



아직도 색이 완전히 바래지 않았다. 참 오래도 매달려 있더라.



세콰이어 나무들 중 길가에 심어진 것들은 단풍이 최전성기였다. 이걸 보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나 싶다. 여기저기서 다들 아기 이름을 외치거나 제발 카메라 좀 봐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아니면 난간에 위태롭게 기대어 서로 껴안고 셀카봉을 든 팔을 쭉 뻗거나.


이런 배경이라면 굳이 카메라를 안 보는 게 감성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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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나 가을에 비해서는 휑한 느낌이 강했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나면 꽤 한적한 풍경이 펼쳐질 것 같지만, 앉아서 쉬기엔 바닥이 너무 차가운 계절이 다가온다.




A7R2를 계속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선예도가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특히 이런 장면에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울창했던 숲도 나무 밑쪽부터 빠르게 잎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숲 구역 한정으로는, 이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제 온실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활짝 핀 매력적인 꽃사진은 더 이상 찍기 힘든 시기가 왔다. 그래도 굳이 마크로렌즈를 챙겼다. 맞는 가방이 없어 전용 가방에 넣고 와야 하는 180마를 굳이 챙겨왔는데, 예전엔 거들떠도 안 보던 것들을 더 아름답게 찍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어서였다. 지난번 푸른수목원에 갔다가 이런 것도 잘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크로렌즈를 갈아 낀 후, 일부러 온실은 가지 않고 바깥의 정원 구역만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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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허브들은 다년생이라 그런지, 정원 구역에서 몇 안 되는 초록빛이 돌고 심지어 꽃도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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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말린다


열매들이 참 많이 보였다. 어떤 것들은 이제 막 익기 시작하고, 어떤 것들은 제법 왁스 바른 것처럼 광이 났다. 땅에 떨어지거나 미처 다 먹히지 못한 열매들은 매달린 채로 시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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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관리를 받았는지 끝이 잘려나간 것들이 많았다. 꽃이라고는 거의 시든 것 밖에는 찾아볼 수 없었고, 정말 황량했다. 낙엽까지 쌓여서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연못의 연꽃들도, 여름과 가을에 꽃이 많이 피었던 풀들도, 키가 크게 자랐던 풀들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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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무의 잎들이 흩어져 걸리고, 씨앗은 모두 빠져나간 것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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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잘못 맞춘 진달래와, 그동안 안 찍었던 은행나무는 보너스.







이렇게 한 해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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