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손이 시리다
지난주에는 첫눈이 내렸다. 내뱉는 숨결마저 뜨겁고 습해 고통받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이다. 단풍철도 지나고, 이제 슬슬 바깥 숲이나 정원에서 사람 보기가 힘들어지는 계절이 왔다. 꽃은 이제 온실에서나 볼 수 있고, 풀과 나무는 다 시들었다.
개인적으로 봄/여름보다는 가을/겨울을 좋아한다. 집 안에만 있어도 좋고, 귤이 나오고,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다. 흐린날 분위기도 정말 괜찮아서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계절인데, 겨울은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기엔 손이 너무 시리다.
이 날은 창경궁에 갔다. 이 날은 유독 날이 추웠다. 아침부터 눈발이 날렸지만, 내가 창경궁에 도착하니 눈은 그치고 잠깐 햇살이 내려오고 있었다. 곧 흐려졌지만.
A7R2에 렌즈는 loxia 2/50만 들고 갔다. 이 날은 깊게 고민하면서 신중하게 찍기 보다는, 눈에 보이면 보이는 대로 가볍게 찍었다. 딱히 세로로 찍지 않겠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다 가로로만 찍었다.
단풍나무는 아직도 잎이 남아 있었다. 얼마 안가 다 떨어지겠지만.
춘당지 분위기는 여전하다.
대온실은 12.13까지 공사한다고 문을 닫았다. 근처 정원은 이미 모두 관리가 끝나서 흙과 낙엽으로 덮여 있었다.
이날 사람들은 다들 춘당지 근처와 궁궐 근처에만 몰려 있었다. 덕분에 숲길이 한적해서 꽤 괜찮았다.
추워서 문제지.
궁궐 지붕에는 저번 주와 이날 내렸던 눈이 아직 덜 녹은 채 쌓여 있었다.
창경궁도 카레집이 주변에 있는 카세권이라, 사진을 다 찍고 나면 카레를 먹으러 갈 수 있다. 대학로에도 카레집은 많지만, 내가 자주 가는 집은 충무로에 있다.
기쁜 마음으로 가볍게 찍고 돌아온 하루였다.
마음은 기뻤지만 손은 너무 시렸다. 이제 핫팩을 사놓을 때가 된 것 같다.
LumaFonto Fotografio
빛,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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