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조금은 아쉬웠던 백사실
예전에 백사실에서 찍은 사진들을 쭉 정리하면서, 눈이 내리면 백사실을 찾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눈이 그다지 오지 않았는데다, 하필 일하는 날에만 눈이 오고 쉬는 날이면 날이 따뜻해져 귀신같이 눈들이 다 녹아 없어졌다.
마침 지나가는 길에 백사실에 들를 기회가 생겼다. 일기예보에도 비/눈이 온다고 하길래 제발 눈이길 빌며 백사실로 향했다.
낮기온은 영상이었지만, 바람은 강하게 불고 있었고, 동네 강가에는 아직 얼음이 덜 녹은 채 남아 있었다.
현통사 앞의 조그마한 폭포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작게 흐르던 계곡물도 역시 얼어붙었다.
공터 높은 곳에 올라가서 황량한 겨울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 나 혼자서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숲을 타고 넘어오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고, 강한 바람에 간간이 낙엽들이 날아다녔다. 날아다니는 낙엽을 찍어보기로 했다.
바람 부는 타이밍을 이용할 땐, 항상 내가 준비를 풀고 있으면 바람이 불고 준비를 하고 있으면 바람이 안 분다. 숲 너머의 바람소리를 들어보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낙엽이 날아다닐 것 같은데, 손이 시리다. 옷을 좀 더 두껍게 입고 장갑을 꼈다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뒤돌아서서 걷는데, 다시 바람이 불어 낙엽들이 날아다녔다. 역시나 또 건지는 데 실패했다. 역시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길을 걷는 내내 들려오던 바람소리는 마치 격한 숨소리 같은 느낌이었다.
내린다는 눈은 결국 내가 계곡을 벗어날 때까지 안 왔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손과 얼굴만 시리던 것이 조금씩 몸도 시려질 때쯤, 나는 계곡을 나왔다.
부암동 쪽으로 내려오면서, 간간이 낙엽들이 도로 구석에서 회오리치거나 내게로 굴러 왔다. 굴러다니는 낙엽을 보면서 아까 못 건진 사진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계속 생각나더라. 나중에 또 오면 다시 도전해보자.
이 길에 개나리와 장미가 피어날 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가 벌써 그만큼 흘렀다.
w_ A7R2, Loxia 2/35
LumaFonto Fotografio
빛,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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