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립수목원 (1/2) - 침엽수림
수목원/식물원들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동절기라 문을 일찍 닫는다. 심하면 4시면 닫아버리는 곳도 있고, 보통은 5시면 문을 닫는다. 덕분에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정원은 겨울에 거의 가지 못한다. 마침 찍을 것도 마땅치 않은데다 춥기도 하니, 한여름과 마찬가지 이유로 겨울에는 거의 사진을 쉰다. 그 기간동안 일본을 갔다 왔고, 일본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정하고, 여태껏 찍은 사진들을 훑어보면서 사진에 대해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몇몇 커뮤니티에 복수초 사진이 간간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왔다.
이제 슬슬 사진을 찍으러 나갈 시기가 되었다.
물론 올 겨울 동안 아예 사진을 안 찍지는 않았는데, 최근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모로 고민이 쌓이고 있던지라 선뜻 나가기 망설여졌다. 바람 쐬러 나갔다 오는 것 이상을 원하는데, 막상 나가면 이전과 별 차이 없는 사진을 찍고 올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마침 스케줄이 이상하게 붕뜬 김에, 국립수목원 예약을 알아봤다. 여기 분명 주말에는 3,000명만 받는데... 예약을 거의 아무도 안 한 모양이다.
그래서 갔다.
한여름에는 벌레 때문에 쉽게 들어가지 못했을 좁은 산책로도 겨울에는 마음 놓고 들어가 볼 수 있다. 한창 관리받는 중인 숲 입구에는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열매와 나뭇잎과, 새로 돋아나는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위에서는 이제 슬슬 나갈 때가 됐다고 했지만, 아직 겨울 맞다.
호수 근처에서 노닥거리며 이미 인스타에선 한참 유행이 지났을 구도도 어설프게 따라 해보고, 숲길을 천천히 걸었다.
이날은 침엽수림부터 향했다. 높고 빽빽한 침엽수림은 언제 봐도 웅장하다.
북미에서 찍힌 걸로 보이는 수직적인 느낌 돋는 숲 사진을 어떻게 하면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집에 와서 보니 아직 깊게 고민하진 않은 모양이다.
기분이라도 좋아졌으니, 그걸로 위안 삼고 숲 구역을 빠져나왔다.
늦가을 정원은 저물어 가는 광경이라도 있는데, 겨울 정원은 그냥 공터만 남아 있는 수준이다.
여기는 4월 중순에나 와야 좀 화려할 것 같다.
양치식물원은 타이밍 잘못 맞춘 고사리가 보이고,
벌 때문에 무서웠던 무궁화원은 황량하기만 하다.
겨울 숲을 천천히 둘러본 후, 온실로 향했다.
w_ A7R2, Loxia 2/35 + sel90m28g
LumaFonto Fotografio
빛,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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