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더 남쪽에 있음에도 다소 느린 봄

by 빛샘

저번 주 봉은사와 서울숲을 찾은 다음 날, 나는 더 남쪽의 풍경을 찾아 물향기수목원에 갔다. 아마 이제부터 4월 한 달 간 이런 사진을 찍기 힘들어질 것 같아서, 더 못 움직이기 전에 올해 봄꽃을 예쁘게 담아놓고 싶었다. 서울에 한창 벚꽃이 만개해서, 더 남쪽인 이곳이라면 아직 한창이거나 슬슬 꽃비가 내릴 때가 되었겠지 생각했다.







입구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앵두꽃? 같이 생긴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벚꽃처럼 생긴 여러 꽃들-매화, 벚꽃, 복사꽃 등등-은 잎보다 먼저 피어나 나무 가득 은은한 색으로 뒤덮는다. 마치 구름이 땅 아래로 내려온 느낌이다.





거대한 목련나무는 땅에 닿는 가지부터 저 하늘 높이 뻗은 가지까지 엄청난 양의 꽃을 피워냈다.





이곳은 온실이 총 세 곳이다. 입구 왼쪽의 온실 두 동은 양치식물/난대온실이고, 입구 오른쪽의 큰 유리온실은 열대온실이다.


동백은 마치 장미처럼 피어 있었고, 계절을 잊은 다른 꽃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뭘 봐 임마
정말 끈질기게 안떨어진다. 새 꽃이 피어날 때까지는 계속 붙어있나보다.



숲 구역의 나무들은 대부분 아직도 겨울이다. 하지만 바닥에서부터 봄이 올라오고 있었다.





얼마 후면 강한 햇살을 받으며,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빛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오겠지.





벚꽃인지 매화꽃인지 헷갈리는 꽃들이 점점 피어나고 있었다. 여긴 아직인가 보다.





요즘 외국 인스타계정에 한창 올라오는 포도송이같이 생긴 꽃과, 일본에서 봤던 흰색+노랑 수선화가 피어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걸 보다니 새삼 반가웠다. 수선화는 일찍 피어나서 못 볼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밝은 렌즈 최대개방에서 색수차는 그냥 운명같은 느낌이다. 이것도 다 빼놨다고 생각했는데 브라우저에 올려보니 덜빠졌네.



이제야 이곳에는 개나리와 산수유가 한창이다. 아모레뷰티허브원 근처 가는 길에 개나리가 한가득 피어 있었다. 이번 주에 다시 갔을 때는, 산수유는 거의 시들었고 개나리는 아직도 한창이더라. 다음 주 정도면 슬슬 개나리도 잎이 나며 시들지 않을까.






날이 그렇게 따뜻하진 않았는데, 초록으로 덮여 가는 버드나무를 보니 춥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인 수목원 풍경은 전날 봉은사와 서울숲을 보고 와서 그런지, 이곳 풍경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황량했다. 하지만 같은 곳의 서로 다른 나무들도 각자의 시간이 서로 다르다. 어떤 나무는 한창 나무 가득 꽃을 피우며 화려함을 뽐내고 있는데, 바로 옆 다른 나무는 초록 잎이 올라오면서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같은 나무에도 꽃이 피고 지고, 잎이 돋고 떨어지는 것이 부분마다 차이가 난다.


최근 생소한 화각의 렌즈를 계속 끼우고 다니면서 내 사진에 대해 고민이 점점 더 많아진다. 어쩔 땐 '와 역시 내가 이걸 찍었어'하며 자뻑하다가도, 어쩔 땐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진을 좋다고 찍어놨냐'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즘은 잘 모르겠다. 진짜 내가 이전보다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을 담을 수 있도록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는지. 생소한 화각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최소한 자연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나만의 길을 닦아놨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내가 때로는 이전보다, 심지어 같은 날 사진 퀄을 들쑥날쑥 엉망으로 뽑아내는 경우가 일상일지라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바깥 풍경처럼 어느샌가 내 사진이 이전보다 더 좋게 변화하는 날이 오기를.





다소 이상하지만, 이 곳에서 벚꽃이 가장 많은 곳은 입장료를 받는 수목원 안이 아니라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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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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