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화려해지고 무럭무럭 자란다
3월 초~중순 매화나 산수유를 시작으로, 마침내 4월 중순께에 벚꽃잎이 흩날리고 나면 이미 봄은 다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날이 지날수록 낮에는 슬슬 더워져서 에어컨과 아이스크림이 생각나고, 해가 점점 길어져 집에 들어가기 싫어진다. 바람에 흩날리며 바스러진 벚꽃처럼 봄도 다 끝났겠다 생각되겠지만, 아직 피어나야 할 봄꽃이 많이 남아있다.
월초에 일찍 피어난 벚꽃을 담은 뒤로, 나는 개인적인 작업을 하느라 한동안 자연물을 찍을 기회가 없었다. 마침 찰나의 여유가 생기고, 이러다간 봄꽃 다 놓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랴부랴 국립수목원을 예약해서 갔다.
입구 근처 어린이정원부터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은은한 빛깔의 매화 산수유 벚꽃 등이 나무를 빼곡히 매웠던 시간이 지나니, 더 화려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굽혀 낮은 곳에 있는 꽃들을 본다. 때로는 마크로렌즈를 다룰 때처럼 최소초점거리 근방에서, 때로는 35mm나 50mm를 쓸 때처럼 조금 멀찍이서 담았다. 아직도 85mm의 거리감은 익숙하지 않지만, 처음 썼을 때보다는 조금 더 알아가는 느낌이다.
화목원으로 가는 길은 영산홍과 철쭉이 온 천지에 피어 있었다. 커다란 꽃들이 모여 화려한 빛을 뽐내고 있었다.
벚꽃이 필 때까지만 해도 거의 갈색과 은은한 꽃빛만 보이던 것이, 이제는 제법 초록이 많이 보인다. 숲은 이전보다 더 풍성했고, 새소리는 이전보다 더욱 많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화목원 자리는 원래 진화 컨셉으로 개편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막상 가보니 그 컨셉은 그냥 포기한 것 같았다.
수수꽃다리와 라일락 꽃들이 어린이정원부터 화목원 근처까지 피어 있었다. 다 라일락인 줄 알았다가, 이름표 보고 일부 수수꽃다리 나무들도 있구나 했는데, 나는 아직도 이 둘의 명백한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계속 공사 중이었던 관목원 구역이 이번에 갔을 때는 개방되어 있었다. 그럭저럭 가파른 언덕에 낮은 나무들이 있었고, 이 나무들은 대부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드디어 나무들이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그 빛을 내고 있었다.
벚꽃을 확대해 놓은 것 마냥 커다란 하얀 꽃이 가득 달린 나무가 관목원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다. 꽃이 많으니 당연히 벌도 많아서 좀 무섭더라. 역시나 꽃과 풀은 좋아해도 벌레는 정이 안 간다.
관목원 근처는 제법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꽤 오랜 기간 공사 중이었는데, 다행히 공사가 끝난 뒤 정원의 모습이 너무나도 예뻤다.
이제는 온실보다 바깥이 더 화려한 계절이다.
난대온실과 산림박물관 사이의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고,
아직 주인이 없는 무궁화원은 민들레가 뒤덮고 있었다. 몇 달 뒤면 여기에 하얀 겹무궁화가 필 것이다.
여전히 산림박물관 앞의 백합원은 어떻게 찍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얼마나 더 와야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을까.
희귀 특산식물 보존원 근처에도 봄꽃들이 제법 피어 있었다. 여기는 쑥부쟁이와 벌개미취로 뒤덮인 가을에 와야 더 멋진 것 같다.
수목원 정원 구역 전체를 통틀어서, 꽃이 피어 있는 겹벚나무를 딱 한 그루 찾았다. 올해도 겹벚꽃은 놓치나 했는데, 다행히 이 한 그루 덕에 올해는 겹벚꽃을 볼 수 있었다. 이 나무 주변을 한참을 서성이며 사진을 담았다.
관상수원 근처에는 매발톱꽃과 클레마티스들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이날은 정원 구역만 신나게 돌고, 숲 구역은 거른 채 빠져나왔다. 햇빛이 찬란한 시간에 넓은 화각의 렌즈를 들고 오면, 숲 구역을 다시 돌아보고 싶다.
슬슬 이 시기부터 가을까지, 외곽에 있는 정원은 온갖 종류의 벌들이 날아다닌다. 꿀벌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호박벌이나 뒤영벌같이 큰 놈들은 날갯짓 소리부터 달라서 너무 무섭다. 특히 꽃이 클수록 이런 놈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한참 사진을 찍는데, 중간에 호박벌이 귀 바로 옆에서 나타나는 바람에 급당황해서 자빠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혹시나 이곳에서 벌에 쏘이거나 중간에 다치는 일이 생긴다면, 정원 구역의 박물관 건물로 가면 간단한 소독이나 밴드 붙이기 정도는 할 수 있다. 여태껏 정원을 담으면서 모기에 물리면 물렸지 벌에 쏘여본 적은 없는데, 좀 많이 당황했더니 슬슬 이런 상황도 대비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이제 말벌이 점점 눈에 보일 텐데 더 조심해야겠다.
오가는 길 주변에는 이팝나무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제 장미와 작약같이 크고 화려한 꽃들이 피는 여름이 오겠지. 개인작업을 하다 오랜만에 이렇게 본래 내 사진을 다시 찍으러 나오니 놀러나온 기분이었다. 벌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요즘 개인작업을 하면서, 보정법이나 리뷰하는 습관이나 사진을 보는 자세가 급변하고 있다. 마치 근육운동을 처음 할 때,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곧 몸짱이 될 것 같고 근육이 불어 있는 것 같은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잘 모르겠고 해도 늘지 않는 것 같은 상태가 오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한다면 과거와 지금보다는 더 나아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w_ A7R2, sel85f14gm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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