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고양국제꽃박람회
매년 이맘때쯤이면, 3월 초부터 시작된 봄철 꽃 관련 축제들이 절정을 이룬다. 이런 곳들은 높은 확률로 가기 힘든 곳에 있는데다, 막상 가면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은데. 여기서 꽃보다 더 많이 보이는 풍경은, 어르신들이 꽃보다 더 화려한 등산복을 입고 꽃밭 앞에 서거나 앉아서 사진을 찍으시거나, 아이들이 셀카봉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사진을 찍거나, 애기들이나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뒤덮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이런 곳들은 특정 테마 또는 꽃 위주의 굉장히 화려한 정원들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사람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수많은 꽃 관련 축제들 중, 고양꽃박람회는 거의 매년 챙겨보는 편이다. 물론 교통이 편한 곳에서 하는 꽃 관련 축제인 만큼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이런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풍경스러운 구도보다는 최소 초점거리 근방에서 꽃을 크게 잡고 배경을 날려버리는 구도를 선호하게 된다.
올해는 여기에 처음으로 마크로렌즈를 들고 갔다. 배경을 더 날리기 위해 180마를 들고 갈까 하다가, 사람이 많은 만큼 큰 렌즈를 들었을 때 방해받거나 민폐 끼칠 확률이 높아서 90마를 들고 갔다.
늘 가던 대로, 일산동구청에서 길을 따라 내려갔더니 입구 바로 앞에 기업관부터 있었다. 마침 날도 더웠으니 좀 쉬자며 실내로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왜 차가 꽃박람회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스 근처에는 꽃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백합을 스키장 슬로프처럼 만들어 놓은 조형물에 눈에 띄었다. 90mm 화각으로는 어떻게 담아야 잘 나올지 감이 안 잡히는 크기라, 나는 그냥 주변의 꽃들을 찍었다.
백합같이 큰 꽃들은, 꽃이 하도 크다 보니 꽃 일부분만 잡아서 색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 최근 추상적으로 표현한 접사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 느낌을 낼 수 있게 연구해 보는 중이다. 물론 이런 데서 연구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그냥 감 잡히는 대로 찍었다.
마지막 사진은, 백합 조형물 근처에 카라 품종들을 전시해 놓는 공간에서 담았다. 예전에 Clive Nichols 작가의 Florescence 사진집에서 봤던 작업들이 생각나는 배경이 있었다. 실내 작업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는데, 이 사진을 담고 나니 좀 더 빨리 준비해야 하나 싶더라.
기업관을 빠져나와, 중앙 정원 구역으로 향했다. 늘 보던 나팔꽃류로 뒤덮인 꽃벽이 있었고, 역시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좀 더 넓은 화각의 렌즈를 가지고 갔더라면 벽도 담아 봤겠지만, 올해는 이런 배경은 그냥 건너뛰었다.
나무 주변의 정원에는 나팔꽃이나 백일홍, 데이지류 꽃들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튤립은 이제 5월이라 그런지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연꽃을 이렇게 가까이서, 90mm 렌즈로도 이렇게 크게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잘 없더라.
중앙정원 중심부에는 전통혼례복 컨셉의 정원이 있었다. 머리가 참 거대한 조형물(...) 아래로, 저고리 소맷빛의 꽃들이 길게 깔려 있었다.
저 조형물 주변에는 나팔꽃류나 데이지류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이름을 못 보고 그냥 온 이 꽃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기 좋았다. 시든 꽃은 시든 대로, 활짝 핀 꽃은 여러 각도로 살펴보았다. 날이 맑은지라 조리개를 8~11로 조여도 셔속 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어서 좋았다. 내 의도보다 대비가 강해지는 것은 싫지만.
서양란과 백합이 몰려 있는 구역이 있었다.
서양란 근처는 그늘진 곳이라 빛이 잘 들지 않았다. 서양란과 백합꽃 모두 많았지만, 대신 사람도 많았다. 백합 수술 덩어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대부분 떨어진 채로 있더라. 백합들은 꽃 전체를 잡기 보다는, 꽃 일부분에서 추상적인 느낌을 찾아보려 했었다.
장미들은 다 실내에 몰려 있었다. 장미들의 크기나 상태가 매우 다양했는데, 그저 생긴대로 구도를 찾았다. 때로는 꽃 하나를 크게 담기도 했고, 다 피어나 술이 드러난 꽃들은 약간 추상적인 느낌으로도 담아 보았다.
장미꽃을 담다가 빠져나와,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호숫가로 향했다. 페달을 밟는 배를 타기 위해 몰린 인파를 피해서, 호수 근처에서 한창 관리받던 꽃들을 담았다.
호숫가나 정원 곳곳에는 수국이 많았다. 분명 아직 여름까진 아닌데, 여름에 피는 꽃들이 보이더라.
초록이 빠질 순 없지.
어두워서 못 찍는 구역을 제외하고 한 바퀴를 빠르게 본 후, 다시 중앙정원에 들러 아네모네와 양귀비류 꽃들을 담았다. 이날은 바람이 제법 불어서 이런 꽃들을 찍기가 매우 힘들었다. 역시나 바람은 내가 카메라를 들고 준비하고 있을 땐 계속 불다가, 준비를 풀고 쉬면 멎는다.
정원 낮은 곳에, 해바라기 꽃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었다. 분명 봄인데 아직...
또 오고 싶지만, 한창 담을 곳이 많기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호수공원을 빠져나왔다.
평소에 정원을 찍을 때랑 다르게 유독 혼잡하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꽃보다 사람이 더 많았지만, 그만큼 예쁜 정원이 잘 꾸며져 있었다. 이 시즌이 지나고 나면, 단풍철이 아닌 이상 정원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기는 힘들겠지.
나처럼 꽃만 찍기 위해 마크로렌즈를 들고 꽃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계시던 어르신들을 봤었다. 좋은 사진 건지셨길.
호수공원은 꽃박람회 말고 장미원도 꽤 괜찮은데, 장미는 축제기간을 피해서 찍으러 가볼 생각이다.
꽃박람회는 15일까지, 호수장미페스티벌은 27일부터 6월 6일까지 한다고 되어 있었다.
w_ A7R2, sel90m28g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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