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 5월, 올림픽공원 장미정원
항상 5월 중순부터는 슬슬 여름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 낮기온은 슬슬 긴팔을 입기엔 점점 힘들어지고, 집에는 그동안 묵혀뒀던 선풍기와 에어컨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나는 항상 스승의날 전후로 선풍기를 틀고 에어컨을 켤 준비를 한다. 문득 대청소를 하고 나니, 5월 내내 피어있었을 장미들이 생각났다. 원래 내가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떤 꽃이 피는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날이 이러니까 여길 가자' 식으로 생각했었는데. 장미꽃이 문득 생각난 김에, 장미가 많다던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분명 나는 가볍게 가자 하고 나갔는데, 손에는 내 렌즈들 중 가장 무거운 렌즈가 들려 있었다. 청소를 끝내자마자 뛰쳐나와서 손에 힘도 별로 없는데. 날은 또 햇볕 쨍쨍 내리쬐는 제법 깨끗하게 맑은 날이었다.
장미꽃을 대체 어떻게 담아야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찍으면서도 이거 맞나 싶기도 하고, 날도 너무 더워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감으로 찍자고 잠시 생각했었다. 그래도 평소에 어렵다고 생각했던 장미꽃이니까, 이번에는 빨간 장미도 시든 장미도 피하지 않고 마주 보고 찍어보기로 했다.
장미정원으로 가는 길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것들과 혼자 떨어져 있는 것들을 골고루 담았다. 크고 넓게 퍼지며 잎이 많은 꽃이니, 옆면 보다는 위쪽이나 위쪽 옆면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장미정원으로 향하는 길에 있던 다른 것들도 담았다.
나무 그늘 틈으로 빛이 낮은 곳들을 비추고 있었고, 여름 느낌의 아이리스 꽃들도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북서쪽에서부터 내려오느라 한참을 걸었더니, 장미정원 입구가 나왔다.
장미정원 입구에는 꽃기둥이 줄지어 있었다. 화각이 화각인 만큼, 기둥 전체를 담기 보다는, 기둥 중간이나 위쪽의 꽃들을 담았다. 각도를 잘 맞추면, 주변 나무들이 알아서 보케를 만들어준다.
이제는 보케가 넘쳐흐르는 계절이 되었구나.
역시나 장미정원에 들어서니 꽃보다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마크로렌즈를 챙겼고, 덕분에 사람을 요리조리 피해서 담았다. 꽃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살펴보니 시간이 꽤 잘 흘러간다. 대체로 꽃들은 대부분 활짝 피어나 꽃술이 보이는 것들이 많더라.
빛이 강한 만큼, 그늘진 곳은 의외로 어둡다. 이런 날 흰색 꽃을 찍으면 꽃을 살리려고 나머지를 다 어두침침하게 죽여야 했는데... 보정을 하다 보니 그럭저럭 살리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다. 아니면 그냥 빛을 받은 대로 하얗게 태워버리면 그것 나름대로도 괜찮지 않나 싶다.
대체로 옆면을 담는다면, 꽃잎이 말려 있는 중심점이 보이도록 찍었다.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 위쪽을 담게 되더라. 어떤 꽃들은 마치 연꽃이나 작약 느낌으로 피어나는 것들이 있었고, 그런 것들은 옆면을 담아보기도 했다. 꽃이 넓은 만큼 옆면을 다 정확하게 담고 싶다면 심도를 높여야 하는데, 망원을 가져간 턱에 배경 처리는 제법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어느덧 빛이 노을빛으로 바뀌고 이제는 조금 덜 덥다 느껴질 때, 손에 힘이 풀려서 정원을 빠져나왔다. 180마는 확실히 괜찮지만, 너무 무거워서 장시간 들고 있기가 힘들다. 팔힘은 둘째치고 손아귀 힘을 길러야 하나보다.
너무나도 더운 날씨에 장미를 보자고 가볍게 다녀왔다. 마음은 가볍게 갔는데, 사진을 찍을수록 역시나 고민이 많아진다. 고민이 많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 다행이다.
이제는 칼퇴하면 해가 지지 않는 계절이다. 빛나는 여름날과 같은 사진을 담아낼 수 있기를.
w_ A7R2, Sigma 180mm F2.8 APO macro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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